이라크는 7일 대량살상무기 보유 실태에 관한보고서를 유엔에 정식으로 제출했으며 유엔도 보고서 접수를 확인했다. 보고서 제출과 동시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국영 TV를 통해 이라크가 1990년 쿠웨이트를 침공한데 대해 처음으로 사과했다. 이라크의 이같은 태도 돌변은 국가를 전쟁위기에서 구하고, 12년간의 유엔 제재에서 벗어나려는 후세인 정권의 절박한 입장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라크 무기 실태 보고 문건을 실은 차량들은 이날 오후 8시(현지시간)께 바그다드 외곽의 한 호텔에 자리잡은 유엔 감시.검증.사찰위원회(UNMOVIC) 본부에 도착했다. 호삼 모하메드 아민 국가사찰위원회 의장이 이끄는 이라크 관리들은 UNMOVIC의미라슬로프 그레고리치 단장에게 3벌의 문건들을 일일이 검토한뒤 넘겨줬다. 이날제출된 문건들은 뉴욕의 유엔본부와 빈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 유엔안보리에각각 전달된다. 이라크측 문건은 핵과 생화학무기 및 미사일 관련 활동 등을 별도 분리한 것으로, 생물무기 관련 내용 1천334쪽, 화학무기 1천823쪽, 미사일 관련 내용 6천887쪽등 1만1천807쪽에 달한다. 이밖에 생화확 무기 및 미사일 관련 보충 자료를 담은 325쪽의 문건과 12개의 CD-롬도 유엔에 전달됐다. UNMOVIC의 히로 우에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라크 정부가 무기 보유 실태에관한 문건과 CD-롬을 UNMOVIC와 IAEA에 제출했다"고 확인했다. 이라크는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하기 앞서 바그다드 국가사찰위원회 본부에서 각국 취재진에 보고서 실체를 공개했으나 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와관련, 아민국가사찰위원회 의장은 "지난 수년간 제기된 모든 의혹들을 풀어줄 것"이라면서 그러나 "우리는 대량살상무기를 갖고있지 않다는 점을 거듭 밝힌다"고 말했다. 이라크가 유엔에 무기실태 보고서를 제출하는 동안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모하메드 사이드 알-사하프 공보장관이 국영 TV를 통해 대독한 연설문에서 1990년 8월쿠웨이트를 침공한데 대해 12년만에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우리는 과거 신을 노엽게 했던 모든 행동들에 대해 사과하며이와같은 취지로 당신들(쿠웨이트 국민들)에게도 사과한다"고 말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그러나 쿠웨이트 지도부가 이라크를 공격하기 위해 "외국인들"에 협력하고 있다면서 쿠웨이트가 미군의 직접적인 점령하에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직전 쿠웨이트 지도부가 원유를 과잉 생산해 국제유가를 급락시킨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귀국이 취한 입장으로 초래된 결과에 대해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후세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쿠웨이트 의회 의원들과 관측통들은 사과 발표 시기와 진실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쿠웨이트 의회 외교위원회의 모하메드 알-사케르위원장은 "후세인은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이는 쿠웨이트 국민들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쿠웨이트 정부는 그러나 즉각적인 공식 논평을 하지 않았다. 이라크는 1990년 8월 2일 쿠웨이트를 침공, 7개월간 점령한뒤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에 의해 패퇴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