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자금 지원설에 휘말려온 사우디 아라비아가 테러조직 지원 의혹을 받아 온 자선기금 출연을 규제하는 한편 은행들을 이용한 돈세탁 단속을 강화하는 등의 일련의 대(對)테러 조치를 발표했다고 영국 BBC방송 인터넷판이 3일 보도했다.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황태자의 수석 외교 보좌관인 아델 알-주베이르는 3일 워싱턴 주재 사우디 대사관에서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힌 뒤 사우디정부가 그동안 알-카에다 세포 3개를 분쇄하고 550만달러 규모의 33개 계좌를 동결조치하는 등 테러조직과의 전쟁을 벌여온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9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서 사우디가 2천여명의 테러 용의자들을 조사, 이중 100여명을 구금하는 등 테러 예방조치를 취해왔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의 이같은 발표는 9.11 테러범에 대한 정보 전달 및 계좌 동결 조치 등 테러조직 단속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미국의 비난에 대해 테러와의 전쟁을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BBC는 사우디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사우디와 미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기로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알-주베이르 보좌관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선포 후 양국 관계가 미묘한 갈등 관계가 지속돼 온 점을 의식해 "양국이 아주 좋은(excellent)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알-주베이르 보좌관은 그러나 주미 대사 반다르 빈 술탄의 부인인하이파 알-파이잘 공주가 9.11 테러 용의자 두 명에게 자금을 간접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과 관련, "사우디는 거짓과 악의적인 공격 목표가 돼 버렸으며 이는 사우디와 미국의 전통적인 관계를 손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 테러자금 지원설 등과 관련 사우디를 물고 늘어지고 있는 미국내 비평가들을 겨냥했다. 그는 또 "미국이 사우디와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자국민이나 단체를 테러범이나 조직으로 규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뒤 양국이 협력해 테러 용의자들을 수배하고 증거 수집 작업도 벌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넷판이 4일 보도했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기자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