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이라크 갈등,남미 경제악화,아프리카 기근,발칸반도 정치불안…. 지구촌의 현주소다. 선진국들이 안고 있는 문제도 많다. 범죄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교육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는 부자나라에서 좀더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가족들에게 좀더 높은 소득,좀더 공평한 대접을 보장해 주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다. 이민도 여기에 해당한다. 가난한 나라와 부자나라간의 소득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노령화는 갈수록 빨라지고,세계경제는 약세기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개방적 이민정책은 분명 커다란 득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이민자들은 노동력이 부족한 곳으로 쉽게 이동한다. 필요한 숙련기술을 가지고 이민하는 경우도 많다. 선진국들의 많은 병원들이 외국의사나 간호사를 고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부분의 경우 이민자들은 정부가 그들에게 투자한 돈보다 더 많은 액수를 세금으로 납부한다. 하지만 선진국 국민들은 대부분 이민을 반대한다. 이들은 이민을 '파괴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뿐 아니라 이웃의 모습을 바꿔 놓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이상한 언어를 주고 받고,이웃집에서 이상한 요리냄새가 나는 것이 싫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가,심지어 이민으로 국가를 세운 미국에서조차도 이에 대한 저항감이 심하다. 유럽에서는 이민자에 대한 적대감이 더 깊다. 정치가들도 유권자들을 의식,개방적 이민정책에 주저하고 있다. 문제는 이민자에 대한 혐오감이 한층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경제가 호황을 누렸던 1990년대 10여년간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면서 이민이 크게 늘어났지만,현재는 경기부진에 따른 실업률 급증으로 이민자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테러불안,에이즈확산도 이민을 기피하게 만드는 또다른 요인이다. 그러나 이민에 대한 이런 부정적 인식은 바뀌어야 한다. 정치인들은 "글로벌시대에 이민은 불가피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자국에 이익이 된다"는 인식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기업인들도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이민관리'가 필수적이다. '원주민'들은 특히 불법이민에 대해 분노하고,그들이 자국의 부(富)를 훔쳐간다고 생각한다. 또 미국 및 유럽은 연간 50만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수를 '국가통제력 상실지수'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경통제만으로 불법이민자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자격있는 외국인들'을 고용하려는 기업의 노력이 함께 해야 실효를 거둘 수 있다. 이민에는 관대하되,불법에는 단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수준이 비슷한 국가간의 경우엔 이민이 좀더 자유롭게 허용돼야 한다. 미국이 호주인들의 이민를 제한하고,유럽연합(EU)국가들이 캐나다인들의 유입에 제동을 거는 것은 모순이다. 기술이 없더라도 이민하려는 나라에 적극 동화되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에게도 우선권을 줘야 한다. 비숙련자에게 일자리를 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민에 피부나 종교차별도 없어져야 한다. 개방적 이민정책은 자국에 이익을 가져다 줄뿐더러 글로벌화를 촉진하는 기폭제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 ◇이 글은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실린 'Opening the door'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