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총선에서 참패한 오스트리아 자유당의 실질적 지도자인 극우파 외르크 하이더가 인민당과의 우파연정 구성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 하고 있다고 25일 오스트리아 언론이 보도했다. 하이더는 이날 오전 공영 ORF 방송 회견에서 자유당의 총선 참패에 책임지고 케른텐주(州) 주지사직을 사임할 용의가 있다며 "오래 정치에 몸담아왔으나 이런 결과가 나와 정치가 쓸모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정계은퇴를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자유당 지도부가 그의 정계은퇴는 물론 주지사직 사퇴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대하자 오후 들어서는 정계은퇴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면서 제1당이 된 인민당과자유당의 연정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당초 지지율이 15%를 넘지못할 경우 당수직에서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던 헤르베르트 하우프트 당수를 비롯한자유당 지도부도 사퇴를 거부했다. 이는 하이더가 우파 연정구성을 위해 주지사직은 내놓을 수 있으나 당 장악력은유지하고, 나아가 오스트리아 정치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의도라고 일간디 프레세 등 오스트리아 언론은 분석했다. 지난 66년 이후 근 40년 만에 제1당 지위에 오른 중도우파 인민당의 볼프강 쉬셀 당수는 연정 구성을 위해 "모든 정파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쉬셀당수는 자유당과 또다시 손을 잡는 문제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조건 아래에서만"이라고 밝혀 극우파인 하이더의 완전한 정계은퇴와 그 추종자들인 자유당 지도부의사퇴가 연정 전제조건임을 시사했다. 제2당으로 밀려난 중도좌파 사민당의 알프레트 구젠바우어 당수는 총선 패배 확인 직후 "선거에서 목표를 이루지 못하면 야당을 해야 한다는 것이 당내 다수의 의견"이라면서 인민당과의 연정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구젠바우어당수는 25일 오후 사민당 실무진이 연정구성과 관련한 여러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해 태도변화를 시사했다. 한편 토마스 클레스틸 대통령은 이날 연정구성 협의차 찾은 구젠바우어 인민당수에게 정국 안정을 위해 인민당과 사민당이 좌우파 동거 연정을 구성할 것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ORF는 보도했다. 인민당 지도부 가운데 상당수가 이번 총선에서 2당으로 밀려난 사민당에 대해 동정심을 느끼면서 사민당이나 녹색당과의 연정구성 검토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고 오스트리아 언론은 보도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