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주룽지 중국 총리는 얼마전 홍콩에서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지난 10월말 현재 2천6백55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일본(4천6백10억달러)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 국가의 외환보유액은 '경제 건강'의 지표로 인식된다. 하지만 외환보유액 급증은 '무엇인가 나쁜 상태에 있음'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오늘의 중국이 바로 이같은 사례에 해당된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작년말 현재 2천1백22억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 들어 25% 급증한 셈이다. 이는 무역흑자와 외자유치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올 상반기 중국의 무역흑자는 전년동기에 비해 1백67% 급증했고,외국인 직접투자금액은 21% 늘었다. 외환보유액이 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고도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실시한 정책의 산물이다. 중국에서는 자본통제가 이뤄지고 있어 모든 수출업자들은 그들이 벌어들인 외화를 지정된 은행에 맡겨야 하며,중국 외환당국은 이들 지정은행으로부터 외화를 사들이고 있다. 만약 위안화 환율이 자유화되면 위안화로 표시된 중국 제품과 자산에 대한 매입급증이 위안화의 평가절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중국 제품과 자산에 대한 매력도를 떨어뜨려 달러유입이 줄고 경제성장이 둔화될 수 있다. 그러나 위안화 가치가 미 달러가치에 사실상 고정돼 있어 달러유입이 증가하면 위안화의 공급이 늘어나게 된다. 이는 인플레를 유발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달러를 사들이는 대신 국채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같은 인플레 위험을 피해왔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샹화이청 재정부장은 "일본과 미국이 위안화가 평가절하돼 있어 자국의 제조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평가절상)압력을 느끼고 있다"고 인정했다. 실제로 일본은 중국이 디플레를 이웃나라에 수출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일본의 주장은 중·일간 무역이 거의 균형상태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비논리적이다. 동시에 중국의 정책이 과거 일본의 정책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위선적인 면도 있다. 진짜 분쟁은 중·미간에 발생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교역에서 상반기 중 4백30억달러 상당의 흑자를 냈다. 작년 같은 기간(37억달러)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정치적 쟁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 환율정책을 재검토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경제적인 데 있다. 국제 경제학의 기본은 한 국가가 자유무역,물가안정,환율안정 등 3개 중 2개를 선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3개를 모두 가질 수는 없다. 중국은 환율과 물가안정을 이룬 대신 자유무역을 희생시켰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관세를 내렸다. 하지만 돈의 흐름이 규제를 받게 되면 무역이 완전히 자유화됐다고 할 수 없다. 중국은 지금이 완전 변동환율제 검토를 시작할 최적기다. 위안화는 투기적인 공격을 받을 위험성이 적은 편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정부가 자유무역을 진정으로 끌어안음으로써 국가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리=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 -------------------------------------------------------------- ◇이 글은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20일자에 게재된 'Pressure for a Convertible Yuan'이란 사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