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6大)가 13억거대 중국을 이끌어 갈 새 중앙위원들을 선출하고 막을 내렸다.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당대회에서 중국 지도부는 개혁개방의 성과에 힘입어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지만 정치개혁은 여전히 마오쩌둥(毛澤東)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대회에 참석한 2천100여명의 대표들이 새 중앙위원 198명과 중앙후보위원 158명을 선출했지만 실제로는 '고무 도장'을 찍어준 것에 다름없다는 것. 또 이번 당대회는 국제적으로는 화려한 조명을 받았지만 정작 중국 국민들에게는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정치 무관심 팽배 = 중국의 관영 언론들은 이번 당대회를 맞아 지난 10여년간의 발전상을 집중 조명하면서 '축제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하지만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대량 실업, 빈부 격차등으로 사회전반에 불만이 팽배해 있으며, '누가 새 지도자가 되든 별 관심이 없다'는 분위기다. 여기에 연일 터져나오는 관리들의 부정부패도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의 한 반체제인사는 그러나 "중국 인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공산당에 의해 놀라 멍해있는 상태"라면서 "결국 언제가는 공산당에 재차 반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먹고 사는 문제가 급선무였던 시절에는 전반적인 생활수준 향상이 체제와 이념에 정당성을 부여했지만, 인민의 욕구가 따뜻하고 배부른 '원바오(溫飽)' 수준을 넘어서면 이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확대된 자유와 민주화를 요구하기 마련. 또 경제발전의 혜택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거나 소외된 지역과 계층이 증가하고 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면 공산당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최근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가 빈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향후 중국의 최우선 과제 '정치개혁' = 1차 당대회가 1921년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지 8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공개된 선거방식이 아닌 밀실에서 소수에 의해 지도자가 결정되고 있다. 이번 당대회에서 서방 언론의 관심을 모은 정치개혁 부문은 '사회주의 민주제도를 견지하고 완전하게 한다'는 선에서 머물렀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공산당 내부에서 인치(人治)가 아닌 제도화된 통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홍콩의 중국계 일간지 문회보(文匯報)가 당간부 연수기관인 중앙당교에 재학중인 고위 간부 1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85% 이상이 "정치개혁이 향후 중국의 최우선 과제"라고 대답했다. 또 날로 커져가는 민간기업가들의 정치적 욕구를 수용하기 위한 '3개 대표' 이론(선진 생산력과 선진 문화, 광범위한 인민대중의 근본 이익을 대표해야 한다는 이론)도 공산당의 질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공산당이 노동자, 농민만을 대변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며, 일당 독재를 유지하고경제성장을 지속하려면 경제발전의 주축인 민간기업가들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것. 하지만 중국이 당장 사회주의와 결별하고 서구식 민주주의로 나아갈 것같지는않다. 여전히 공산당 당장에는 마르크스.레닌,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鄧小平) 이론이 명시돼 있으며, 일당 독재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발전의 필연적 결과인 민주화 요구를 중국 지도부가 계속 외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4세대 지도부하에서 점진적인 정치개혁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 관측도 많다. 강준영 교수(한국외국어대학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는 "카리스마를 가진 일인 통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타협과 조화가 강조될 것이기 때문에 권위주의가 막을내리고 제도화된 통치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세기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적 근대화에 이어 정치적 민주화가 진전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과연 중국에서도 경제성장에 따른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yunzh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