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미국의첩보위성이 지구궤도를 돌며 포착한 수많은 비밀자료들이 이제는 과학연구용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미국의 ABC방송 인터넷판은 13일 국가화상지도작성국(NIMA)이 과거 30년간 스파이위성을 통해 획득한 5만건의 화상자료를 해제,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이 자료들이 지구의 생물학적 변화를 추적하고 지구온난화의 궤적을 파악하는데 유용하게 쓰일 수있을 것으로 과학자들이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가안보문서보관서(NSA)의 연구원이자 `우주에 있는 미국의 비밀 눈(America'sSecret Eyes in Space)'의 저자인 제프리 리첼슨은 "나는 이 자료들이 해제된다는데놀랐다"면서 "이는 전쟁계획보다도 더 큰 비밀해제"라고 환영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1991년 과학자들에게 비밀분류된 화상자료들을 해제하기로결정했으며 1995년에는 처음으로 화상자료들이 공개됐다. 당시에는 과거 활동했던비밀 코로나 위성을 통해 획득한 86만점의 화상자료들이 포함됐으며 주로 1960년부터 1972년사이의 지구의 표면을 찍은 자료들이었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테러공격과 대(對)테러전쟁으로 화상문건의 공개에 차질이빚어질 것을 우려하기도 했지만 예정대로 공개될 수있게 됐다. 이번에 공개대상이 된 스파이 위성은 두대. 우선 과거 `감비트(GAMBIT)'라는 암호명이 붙었던 KH-7 정찰위성은 1963년부터 1967년까지 지구궤도를 돌면서 지상에있는 물체를 불과 2-4피트(약 60-120㎝) 위에서 포착한 것과 같은 정밀한 화상자료를 수집했다. 또 두번째로 KH-9 위성은 1973년부터 1980년까지 궤도를 돌면서 20-30피트(약 6-9m) 위에서 포착한 물체의 화상자료를 모았다. 오늘날 디지털 전달방식에 의해 화상자료를 보내는 위성과 달리 냉전시절 위성들은 버킷(양동이)에 담아 그들이 찍은 필름을 보내는 방식이 동원됐다. 이 버킷이낙하산을 타고 지구로 향하면 지정된 항공기가 이를 확보해 정보국으로 전달했다. 오는 15일 미 지질학조사 웹사이트(usgs/features/satellite_images.html)에공개될 이번 화상자료가 어떤 내용인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공개된 표본을 보면 시베리아의 조선소와 파리의 에펠탑, 모스크바, 하노이. 베이징 상공전경등이 포함돼있다. 나머지도 이 표본과 비슷하다면 이 화상자료들은 환경연구가들에게 큰 혜택이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오하이오주의 보울링 그린 스테이트 대학의 지질학과 교수이자 미우주항공국(NASA)의 기금을 받은 프로젝트의 주임인 밥 빈센트는 "이 화상자료의 제1의 가치는 환경분야일 것"이라면서 "이 자료들은 지구의 변화를 보여주는데 매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이 화상자료들을 조사하는데는 수많은 방법이 있다. 지형의 미묘한변화를 추적하는 것이 대표적인 방법인데 1963년의 시베리아 상공전경은 연중 동토인 툰드라 지대의 위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 지대를 최근 찍은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그 위도가 내려왔는지를 알 수있고 이는 곧 온난화의 증거가 된다는 것. 생물학자들도 화상자료를 활용해 해당지역에 특정종류의 나무가 어떻게 됐는지등 자연적 조경의 변화를 조사할 수있다. 이와함께 고고학자들은 식물군락의 특징등을 파악, 고대인들의 발자취를 알 수있다. 또 역사에서 오래된 의문들도 이 화상자료를 통해 알수있는데 예를 들어 자료중에 중국관련 사진을 보면 베트남 전쟁 당시 중국과 구 소련의 협력 정도를 파악할수있다. 특히 과거 화상자료를 미국 지도자들이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현대와 비교해 파악할 수있는 기회도 얻을 수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