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터키 등지에 신경가스 해독제를 대량 주문해 놓은 사실이 확인돼 미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이 1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 이라크가 주문한 해독제는 정상적인 병원치료에 사용되는 양을 훨씬 초과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한 당국자는 "이라크가 신경가스를 사용하려면 일반 국민은 아니더라도 군 병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려할 것"이라면서 "이 점이 바로 미 정보기관이 주목하고 우려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라크는 주로 터키 제약업체에 100만회 사용분의 아트로핀과 7인치짜리 피하주사기를 주문해 놓은 상태로, 실제 어느 정도나 이를 인도받았는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아트로핀은 이라크가 제조 및 비축 사실을 인정한 바 있는 사린가스나 VX가스등의 신경물질에 효력을 발휘하는 해독제다. 이라크는 이들 신경가스 비축분을 폐기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 정보당국은 이를 믿지않고 있다. 아트로핀은 심장발작 환자에게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약품이어서 이라크에 대한 물품 판매시 주의를 요하도록 돼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중 사용'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아 이라크가 이를 주문할 수 있었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이라크는 이와 함께 또다른 화학무기 해독제인 염화오비독심을 구입하겠다는 주문을 해놓고 있으나 이는 심장발작과는 무관한 약품이라고 당국자들은 전했다. 이에 따라 미 백악관이 최근 잇따라 회의를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한 데 이어 국무부는 지난 두달간 터키 당국과 접촉, 이들 해독제의 판매를 중단시키기 위한 노력을 전개했다. 그 결과, 터키측은 이라크의 해독제 주문을 재검토한다는데 동의했다고 한 당국자는 밝혔다. 한편 미국은 지난 1977년 화학무기의 사용과 보유를 금지하는 화학무기금지협정(CWC)에 가입했으나 화학가스 공격에 대비, 군 병력에 아트로핀과 피하주사기를 지급하고 있다. 이라크는 CWC를 인준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 1980년대 이란 전쟁 및 쿠르드족 진압 과정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정상기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