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채택된 가운데 유럽 전역에서 몰려든 반(反) 세계화주의자 수 만명이 9일 이탈리아 고도(古都) 피렌체에서 대규모 거리 시위를 벌였다. 현지 경찰의 공식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시위 주최측은 이탈리아를 비롯해 영국, 스페인, 그리스, 덴마크 등 유럽 각국에서 무려 40만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시위는 7일부터 10일까지 피렌체에서 열리고 있는 반 세계화 회의 행사 가운데 하나로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전쟁 반대', `중동에서 손을 떼라', `진짜 테러리스트는 서방' 등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고풍 찬연한 아르노 거리를 따라 시내 중심도로 6.5㎞를 행진했다. 이탈리아 경찰은 작년 제노바에서 개최된 서방 선진 8개국(G-8) 정상회의 당시와 같은 폭력사태를 우려해 병력을 증강 배치하고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당국은 또 이날 민간 항공기의 피렌체 상공 비행을 금지했으며, 시내에 위치한상당수 고급 의류점들은 시위대로부터 피해를 입을 것을 우려해 금속제 셔터를 걸어잠근 채 이날 하루 폐점했다. 그러나 시위 참가자들은 우려와는 달리 대부분 평화적으로 행진했다. 시위대원들은 대부분 자유로운 복장으로 일부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탄 채 거리를 누볐고 대열 속에서 간식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도 간간이 보였다. (피렌체 A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