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작품으로 60,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국 남가주대학(USC)에서 열린 한국영화제(11월1∼3일)에 참석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에 온 임권택 감독은 "이미 이 영화를 위해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임 감독은 "군인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껄렁껄렁하게 살아간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라고 소개한 뒤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을 것이지만 정치가 중심에 서는 영화는 아니라고 말했다. 임 감독은 "'취화선'이 이달중 미국에서 개봉된다"며 "이번 USC 영화제에 엄청난 관객이 몰린 것을 보고 미국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할 것이란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USC 영화제 마지막 날인 지난 3일 상영된 취화선에는 약 5백명이 넘는 관객이 몰려 3백50명 좌석의 노리스 극장을 가득 채워 일부는 통로에 앉아 관람했다. USC 관계자는 이 극장에 이처럼 많은 관객이 몰린 것은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USC 사회사업대학과 영화텔레비전대학 등이 공동으로 주관한 이번 영화제에서는 취화선을 비롯 8월의 크리스마스(허진호 감독),와이키키브라더스(임순례 감독),오! 수정(홍상수 감독),꽃섬(송일곤 감독),반칙왕(김지운 감독) 등 모두 8작품이 상영됐다. 임 감독은 최근 한국 영화가 한국에서 미국 영화를 능가하는 히트를 기록하면서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이같은 성공이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요즘 영화에 투자되는 자금은 벤처자금이다.이들은 영화를 이해하고 사랑하기보다 경제적 논리만 앞세운다.돈벌이가 되느냐에만 관심이 있다.최근 1백억원 이상 투자된 영화만도 3편이나 된다.그런데 이들이 모두 흥행에 실패하면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준비하다 중단한 영화가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한국영화가 새로운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임 감독은 또 한국 영화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약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뉴욕대 등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사람들이 제법 있지만 아직 (학문적으로)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이는 (학자들이)영화에 대해서만 알고 한국(사회의 실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로스앤젤레스=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