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프랑스 최대의 부정부패 사건 중 하나로 꼽히는 엘프(Elf) 스캔들의 재판이 재개됐다. 파리항소법원은 4일 롤랑 뒤마 전 외무장관(80), 그의 정부였던 크리스틴 드비에-종쿠르, 로익 플로슈-프렝장 엘프 전사장, 알프레드 시르방 엘프 전부사장 등 5명에 대한 항소재판을 시작했다. 뒤마 전장관은 이날 밝은 얼굴로 법정에 도착했으며 그의 변호사는 뒤마 전장관이 무죄 입증의 기회로 여겨 재판 재개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은 뒤마 전장관 등이 지난 2001년 5월 공공재산 유용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약 1년반에 열리는 것으로 뒤마 전장관 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번 심리는 오는 25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며 뒤마 전장관이 드비에-종쿠르를 통해 뇌물을 수수했는지, 엘프가 드비에-종쿠르를 고용하도록 뒤마 전장관이 영향력을행사했는지, 플로슈-프렝장 전사장 등이 드비에-종쿠르와 뒤마 전장관에게 뇌물을전달했는지 여부 등에 집중될 전망이다. 1심 재판에서 뒤마 전장관은 드비에-종쿠르를 통해 호화아파트, 그리스 조각상등 1천만유로 상당의 뇌물을 받은 죄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드비에-종쿠르는 징역 18개월, 집행유예 18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번 재판은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해 대만에 대한 프리깃함 판매를 반대했던 뒤마 당시 외무장관을 설득하기 위해 엘프가 드비에-종쿠르를 통해 뇌물을 전달함으로써 공공재산이 유용됐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데 국한된다. 그러나 이른바 엘프-뒤마 사건은 지난 90년대 프랑스 정계를 강타했던 거대한엘프 스캔들을 다시 들추어냄으로써 프랑스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 전망이다. 엘프-뒤마 사건은 프랑스 방위산업체인 톰슨-CSF(현 탈레스)가 대만에 프리깃함6척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공공 석유기업이었던 엘프를 통해 4억유로 상당의 뇌물을살포한 것으로 알려진 엘프 스캔들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현재 민영화된 토탈피나엘프로 흡수된 엘프는 이외에도 독일 정유회사인 로이나를 인수하면서 거액의 불법 수수료를 지불했으며 이 수수료의 일부는 다시 헬무트콜 당시 독일 총리가 이끌던 기민당(CDU)에 정치자금으로 유입된 의혹을 사고 있다. 정부 고위관리와 공기업이 복잡하게 연루된 엘프 스캔들은 정략에 능했던 것으로 비판받고 있는 프랑수아 미테랑 전대통령 시절의 제도화된 부패의 일각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뒤마 전장관은 레지스탕스 출신이자 미테랑 전대통령의 오른팔격으로 80년대와90년대 두차례 외무장관을 지냈으며 지난 95년에는 정부서열 5위인 헌법위원장에 올랐다. 드비에-종쿠르는 이 사건후 자서전격인 '공화국의 창녀'를 출간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시르방 전부사장은 엘프내 수천만유로의 불법자금을 직접 관리한인물로 알려져 있다. (파리=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