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최대 정유회사 토탈피나엘프(TFE)가 후진국 노동착취 문제로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자유노조연합은 최근 TFE가 후진국 독재정권과 결탁,돈을 벌고 있다고 고발했다. 토탈피나엘프의 전신인 토탈피나는 지난 96년 6백45㎞에 달하는 미얀마(구 버마) 가스송유관을 건설하면서 노동착취를 했다는 것이다. 군대가 반정부적 성향이 강한 야다나 지역 소수 부족 1천여명을 이주시켜 노동을 착취하는 행위에 이 회사가 공조 내지 묵인했다는 게 국제자유노련의 지적이다. 국제인권연맹(IFHR)도 이에 앞서 미얀마 송유관 건설공사장에서 자행되는 외국기업의 강제노역 등 인권유린 행위를 고발했다. 비정부기구(NGO)와 본국의 압력이 거세지자 펩시,텍사코,리복,레비스트라우스 등 여타 다국적 기업들은 현지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프랑스는 유럽연합(EU) 정부들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자국기업의 미얀마 사업을 방관해 왔다. 그 사이 토탈피나는 경쟁사인 엘프를 합병해 더욱 몸집을 키웠고,작년엔 사상 최대 순익을 올렸다. TFE는 수년 전 유조선 난파 사고로 프랑스 대서양 해안을 오염시켰고,작년엔 도심의 가스처리공장이 폭발해 수십명의 인명을 앗아간 전력이 있다. 하지만 이번만은 문제를 쉽게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지난 4월 인권 관련 NGO인 휴먼 라이츠 워치가 토탈피나엘프를 벨기에 법정에 제소한 데 이어,미얀마 노동자 두명이 NGO의 도움을 받아 인권유린 행위를 고발했기 때문이다. TFE측은 국제자유노련 보고서에 대해 "군대와 계약을 했으니 노동자 임금지불 여부는 현지 당국의 책임"이라고 주장하고 "미얀마를 돕기 위해 계속 머무를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제는 프랑스인들 마저 TFE의 구차한 변명에 등을 돌리고 있다. 국내외 투자가들을 상대로 'Anti-TFE'운동을 벌이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거대기업이 고용을 이유로 자행하고 있는 후진국 노동착취 관행이 어떤 방식으로 처리될 지 주목된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