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극장 인질극 진압 과정에서 가스에 중독된 인질들의 희생이 사전 정보 및 장비 부족으로 더욱 확대됐다고 한 의료관계자가 28일 폭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일간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지(紙)와 회견에서 "지난 27일 진압군을 따라 극장에 들어간 의료진은 사전 정보 부족으로 기본적 구호 장비조차 준비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의료진은 심지어 들것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인질 구호를 위해서는 더 많은 의료 요원과 철저한 사전 계획이 필요했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관계자는 또 "우리가 최소한 의식을 잃은 많은 환자들을 이송해야 한다는 얘기만 미리 들었어도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다"면서 "인공호흡만 제대로 했어도피해를 크게 줄였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의료진 가운데 누구도 극장에 가스가 주입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서 "당국은 무력 진압 1시간 전에 우리를 불러 행동 수칙을 설명했으나, 그 대신 정확한정보를 제공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구토 증세 등으로 기도가 막혀 숨진 것을 보았다"면서 "보안 당국이 (유독성) 가스 분사 사실을 미리 공개했으면 그에 맞는 준비를 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렇듯 인질극 진압 과정에서의 가스 사용을 둘러싼 논란과 비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크렘린측은 이날 진압 당국에 의한 사린 가스 등 독가스 사용 가능성을일축했다. 빅토르 포미누흐 크렘린 주치의는 "27일 이뤄진 인질극 진압 작전은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면서 "따라서 사린 등 유독 가스가 이용됐을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수는 그러나 "진압 과정에서 100명 이상의 무고한 인질이 숨진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의회에서 이번 사태를 정밀 조사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덴마크 정부가 이날 `체첸 국제 회의'를 수도코펜하겐에서 열도록 허용한데 항의, 내달 11-12일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러시아-유럽연합(EU) 정상회담 참석 계획을 취소했다고 외무부가 밝혔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