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부인 로라 여사에 대해 공공연히 바치는 애정표현과 찬사는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지만 때로 듣는 이에게 어색한 느낌을 주고 로라 여사 본인까지 언짢게 여길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주 노스캐롤라이나 샬롯의 한 행사에서 연설을 시작하면서 로라여사가 같이 안 온데 대해 "비가 오는 바람에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을 맞기 전에 텍사스 별장 문간을 쓸어야 했다"고 한껏 익살을 부렸다. 그러나 며칠 후 기자들이 로라여사에게 그 말을 들은 기분이 좋았느냐고 묻자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앞서도 똑같은 농담으로 좋은 반응을 얻자 두 번이나 더 써먹은 부시 대통령은 로라여사의 반응이 언짢게 나오자 언론이 떠들어대는 바람에 자기가 집에서 혼나게 됐다며 넉살좋게 책임을 언론에 미뤘다. 부시대통령은 외부 연설에서, 특히 공화당 집회에서는 인기있는 로라여사의 근황을 전하는 것으로 청중의 관심을 유도하거나 자기가 얼마나 과분한 여성과 결혼을 했는가 따위의 이야기로 자기 가정이 얼마나 탄탄하고 화목한지를 과시한다. 또 초등학교 사서였던 로라여사가 자기와 데이트할 무렵에는 정치와 정치인을 무척 싫어했지만 "지금은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로서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나는 그녀가 정말로 자랑스럽다"는 말을 연설마다 빼놓지 않고, 그녀의 성품에 대한칭찬을 늘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로라여사에 대한 진정한 찬사라기보다는 마치 생색내는 보호자같은 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전국여성단체협의회의 마사 버크 회장은 부시대통령이 자기를 낮춰 아내를 돋보이려는 노력은 가상하지만 정작 로라여사의 지적인 공헌을 간과한 알맹이 없는 칭찬만 하고 있다면서 "그는 로라여사가 하고 있는 진지한 일에 대해 찬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 공보국당 댄 바틀렛은 부시대통령이 자기 속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의 의사표현 방법이 투박해서 그렇지 사실은 부인에대한 깊은 찬탄과 존경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두둔했다. 그러나 문제는 로라 부시 여사가 자기 의사도 표현 못해 남편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데 있다. 그녀는 최근 여성의 낙태권리에 관해 일대 전기를 마련한 `로 대(對) 웨이드'판결에 대해 남편이 낙태에 극렬히 반대하긴 하지만 이 판결이 뒤집어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교사 출신인 로라여사는 또 남편의 말 실수와 카우보이식의 살벌한 표현에 대해"때마다" 지적한다고 시인했는데 부시대통령은 이에 대해 "그 `때마다'가 아주 가차없는 것"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바틀렛 공보국장은 "로라여사는 조용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대통령이 보조를 유지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녀는 필요할 땐 언제든지 날카로운 반격을 가하고 솔직한 의견을 감추지 않는다"고 전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