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표적 지한파(知韓派) 언론인 테오좀머(72) '디 차이트' 편집장은 23일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북한의 핵무기 개발 추진이 94년의 북미 제네바협정을 위반한지 여부가 의문시된다고 주장했다. 좀머 편집장은 이날 주간 `디 차이트'에 게재한 칼럼에서 "북한의 고백은 북미간 합의 위반이 확실한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속셈은 무엇인지, 미국 정부는 북한과 이라크에 왜 이중 잣대를 사용하는 지 등의 의문을 낳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의 이런 행동이 북미 제네바협정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보지만 당시 공개된 협정 문안 외에 아직 극비로 남아있는 추가 합의 사항 때문에 위반 여부를 답하기는 어렵다고 좀머 편집장은 설명했다. 그는 당시 공개된 내용은 플루토늄 생산을 포함한 북한의 원자력 연구 프로그램과 관련한 것이었다면서 현재 문제가 되는 우라늄 농축을 당시에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인지, 당시 협정은 이 문제까지 염두에 둔 것인지를 의문시했다. 좀머 편집장은 또 38도선 이남에 주둔한 미군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이라면 북한의 우라늄 농축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일반적 목표에 위반되는 지를 물었다. 아울러 러시아와 심지어 한국을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은,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필요한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진행시키기 위해 북한이 필요한 전력을 충분히 생산하고 있는지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좀머 편집장은 북한의 시인 의도에 대해서는 ▲주한 미군 철수 압력과 위협을 가하기 위한 대담한 도전 ▲화해, 협조적 태도로 과거를 정리하고 새 출발을 하려는 태도 등 두 개의 상반된 해석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의도가 고립한 상황을 탈피, 지연되는 경수로 2기 건설을 가속화하고 포괄적 경제 지원을 받기 위한 것이라는 후자의 해석에 무게를 뒀다. 또 이는 "위협이라는 방식으로 대화를 호소하는 것이지 새로 대결을 시작하려는 것은 아니다"고 그는 강조했다. 한편 놀라운 점은 이라크에 대해서는 필요할 경우 단독으로라도 전쟁을 강행하겠다고 위협하는 미국 정부가 후자의 이 두번째 해석을 채택, 외교적 해결을 추구하는 점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부시 행정부가 이중 잣대로 재는 속내는 ▲두 개의 전선을 펼칠 여력이 없고 ▲한반도의 여건 상 북한과 대결이 초래할 위험성이 매우 높으며 ▲동북아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이해관계는 중동 지역보다 훨씬 직접적이어서 미국의 단독 군사행동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좀머 편집장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기보다 변화시킨다는 목표 아래 핵개발 중단 압력을 가하면서도, 다변적 외교와 대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면서 이런 목표가 합리적인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좀머 편집장은 왜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후기 스탈린주의자인 김정일 위원장과 근본적으로 다르게 취급을 받아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로 부시 대통령은 세계가 자신의 선악 구도로 바라본 것보다는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라면서 동아시아에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그 대신에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포커 게임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좀머 편집장은 디 차이트의 편집총국장과 발행인을 수십 년 간 역임했으며 지금은 칼럼 부문의 편집장이란 직책을 갖고 활동 중이다. 그는 한국을 수 십 차례 방문하고 언론인 등에게 여러 차례 강연한 바 있으며 한독포럼 독일 측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