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남부 '돔 꿀뜨르이(문화의 집)' 극장에서 발생한 인질극 사태는 발생 이틀째인 24일 낮(현지시간) 현재 별다른 진전 없이 대치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뮤지컬 관람객 500-700명을 인질로 잡고 있는 체첸 무장 괴한들은 인질들을 극장 메인홀에 몰아넣고 러시아가 1주일 안에 체첸전을 중단하지 않으면 극장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한 괴한은 "러시아 당국은 1주일 안에 체첸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인질들은 모두 극장과 함께 잿더미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괴한들은 또 국제 인권단체 및 외국인 인질 소속 국가 대표들과의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국제적십자사와 국경없는의사회(MSF) 관계자들과 면담을 요청했으나 모스크바에 MSF 지부가 없는 관계로 대화가 이뤄지지 못했다. 국제적십자사 대표는 이날 오전에 제시간에 현장으로 달려왔으나 MSF 관계자가 오지 못해 대화가 무산됐다. 또 이날 오전 9시 열릴 예정이었던 괴한들과 외국 대사들간 면담도 성사되지 못했다. 미국과 영국,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자국민이 인질로 잡혀 있는 18개국 대사들 대부분은 시간 안에 도착했으나 일부 대사들이 교통 정체로 늦어 만남이 취소됐다. 극장 안에는 현재 모두 62명의 외국인이 인질로 억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한국인 존재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괴한들은 이에 따라 다른 요구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나 아직 특별한 요구는 전달되지 않고 있다. 괴한들은 이날 오전 ORT와 REN TV 등 등 2개 방송국 취재진을 극장으로 불러들여 취재를 허용했다. 이들은 국제 인권단체와 괴한들간 대화 장면을 외부에 알릴 수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체첸 출신 국가두마(하원) 의원인 루슬란 하스블라토프는 괴한들의안전한 제3국행을 약속하고 나섰다. 하스블라토프 의원은 "러시아 당국이 이같은 메시지를 인질범들에 전달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면서 "그들이 인질들을 풀어주면 다른 나라로 안전하게 피신할 수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러시아 당국은 내무부 산하 특수부대와 경찰, 군부대 병력 등 1천여명을 동원,극장 주변을 철저히 봉쇄한 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연방보안국(FSB)은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협조 아래 인질범 무력 진압 작전을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극장 내부 사정이 모두 파악되기 전에는 섣불리 움직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질로 잡혀 있는 관람객들의 가족들은 23일 밤부터 극장으로 달려와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기원하고 있으나, 현장 접근도 차단되고 소식도 들을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기관총과 폭탄으로 무장한 체첸 무장괴한 40-50여명은 23일 오후 9시 5분께 기관총을 난사하며 극장으로 난입, 관람객들을 인질로 잡고 체첸전 종식을 요구하며대치를 계속하고 있다. 괴한들은 이후 어린이와 임산부, 외국인, 이슬람 교도 등 200여 명을 풀어줬으나 극장 안에는 아직 500-700여 명의 인질이 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언론은 인질이 1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