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당국은 24일 모스크바의 한 극장에 난입해 관객 수 백명을 인질로 잡고 러시아 군의 체첸 철수를 요구하고 있는 무장괴한들과 인질 석방협상을 시작했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의 체첸 출신 의원인 아슬란베크 아슬라크하노프는 이날 새벽(현지시간) 인질극을 주도하고 있는 체첸 반군 지도자 모프사르 바라예프와 전화 통화를 했으나 협상에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아슬라크하노프는 앞서 체첸 출신 동료 의원인 루슬란 하스불라토프와 함께 인질범이 있는 극장 내부로 진입을 시도했다. 크렘린 관계자는 아슬라크하노프 의원이 예전에도 인질범 석방협상을 벌인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 나온 겐다니 구드코프 의원은 인질범들이 체첸 군사작전의 즉각 중단을 비롯해 러시아 당국이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극장 안에는 최소 600명에서 최대 1천명에 달하는 관객이 억류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질로 잡힌 민간인들은 극장 내부에서 휴대폰으로 가족에게 전화를 걸고 있으며, 중무장한 경찰이 겹겹이 에워싸고 있는 극장 외곽에는 차가운 초겨울 비가 내리는 가운데 가족들이 인질들의 석방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한편 영국과 독일 외무부는 인질 중 각각 3명의 영국인과 독일인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