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보기관들은 사담 후세인과 알-카에다가 연계돼 있음을 시사하는 7가지 정황 증거를 확보했으나 이중 어떤 것도 명백한 증거로확인해내지 못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이 2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조지 W.부시 대통령이 대(對) 이라크 전쟁의 명분으로 그동안 줄곧 주장해온 알-카에다와의 테러 연계 대신 유엔 결의안 무시와 주변국에 대한 대량살상무기 위협을 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관측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와 알-카에다의 잠재적 연계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들 중 첫번째는 알-카에다 조직책 아부 무사브 자르카위의 이라크 잠입설. 지난 여름 자르카위가 바그다드에 나타났다는 내용이지만 신병치료 외에 이라크와의 협력 정황은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 두번째 지난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파테러 직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보복 공습이 단행됐을 때 후세인이 이라크 대사를 보내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 지도자 모하메드 오마르에게 `피신처'를 제의했다는 첩보지만 이 역시 실제 회합이 성사됐는지 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9.11 테러 여객기 납치범 중 리더 격인 모하메드 아타가 체코 프라하에서 이라크 정보요원들과 접촉했다는 첩보 역시 단순한 `설'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빈 라덴이 수단에 은거하고 있던 90년대에 이라크가 무기 지원을 위해 과학자들을 수단에 파견했다는 첩보도 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탈레반 붕괴 직후 알-카에다 요원들이 이라크로 잠입해 은신했다는 미정보당국의 전화감청 내역도 제공됐지만 후세인과 빈 라덴의 직접적인 연계성을 입증하기에는 무리라는 게 정보기관들의 판단이다. 정보 관리들은 또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무장단체 안사르 알-이슬람 조직원들이 아프간의 테러캠프에서 훈련을 받았다며 이라크와 알-카에다의 연계를 주장했으나 사실 확인에는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 구금 중인 알-카에다 조직원이 이라크가 자신들에게 독가스 테러를 훈련시켰다고 주장했으나 역시 주장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정보기관들은 후세인이 테러를 지원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지금 당장 알-카에다와의 연계성을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후세인은 집권 초기인 1970년대에는 팔레스타인의 전설적 테러리스트인 아부 니달이 이끄는 반 이스라엘 테러그룹을 지원했고 70-80년대에는 중동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시리아와 이란 정권전복을 노리는 이슬람 무장그룹들에게 `실탄'을 제공했다. 후세인은 쿠웨이트 침공과 걸프전쟁 직후인 91년 동남아에서 미국 공관 등을 목표물로 한 테러음모를 꾸몄지만 필리핀, 태국 등지에서 이라크 요원들이 일망타진돼 수포로 돌아갔다. 이라크는 최근 한 팔레스타인 자살폭탄 테러범의 유족에게 2만5천달러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외에 드러나는 테러 지원 행적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전직 미 국가안보회의(NSC) 위원인 케네스 폴락은 "후세인은 지금 자신이 반미테러를 지원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일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전쟁 경고가 걷히지 않는 한 후세인이 노골적으로 테러를 지원하는 상황은 좀처럼 발견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