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1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한 한국인이 투자 당시의 실수로 베트남인 관리사장에게 회사를 송두리째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한국과 미국에 회사를 두고있는 기업인 김영준씨는 지난 96년 베트남인 통역원 헝을 다른사업을 하던 한국인으로부터 소개받아 그의 이름으로 하노이 외곽에 디자인유리공장을 설립,1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해왔다. 그러나 관리사장을 맡은 헝은 오너사장인 김영준씨가 베트남사정에 어두운 점을 악용해 회사의 자본금과 수익금 자산 등을 모두 자신의 명의로 바꿔놓음으로써 김사장은 자본금은 물론 기계와 물품 등 졸지에 회사의 모든 것을 뺏기게됐다. 김사장이 베트남에서 사업을 시작할때 비교적 쉬운 방법으로 헝을 통역겸 관리사장으로 세워 회사인가를 받은 것. 베트남에 진출하는 외국인은 위험성은 있지만 베트남인의 이름을 빌어 사업을 하는것이 사업인가를 받기가 수월하고 세제 등 여러가지 혜택이 있기때문. 그러나 베트남에서의 사업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고 헝을 지나치게 믿은 김사장은 회사를 지킬수있는 어떤 장치도 해놓지않은채 그에게 모든 회사의 관리를 맡기고 자신은 생산과 해외수주에만 전력을 기울였다. 김사장은 관리사장이 김사장의 인감을 위조해 마음대로 은행을 이용한 사실을 지난해말에서야 알고는 제재를 가하려했으나 이미 회사의 모든 재산은 그와 그의 가족들에게 넘어간 뒤였다. 김사장은 직원들의 도움과 현지언론들의 지원으로 관리사장의 파렴치한 행동을 규탄하고 있으나 헝은 회사를 처분하겠다며 회사의 주요서류를 들고 잠적한 상태여서 직원들의 급여가 석달째 지연되고 생산품의 수출선적도 중단되어있다. 김사장은 투자당시 하루라도 빨리 회사를 만들려다 실수를 했고 이후에도 관리사장을 너무 믿은 것이 이같은 화를 불러왔다고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더 이상 자신과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 회사를 지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의 베트남바람을 타고 많은 중소기업인들이 베트남에 몰려들고 있으나대부분이 이러한 베트남의 특수사정을 잘몰라 회사를 명의사장에게 뺏기는 경우가 더러 있는것으로 알려져 주의가 요망되고있다. 현지대사관의 관계자는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고 밝히고 과거 몇몇 회사들이 유사한 사례로 애로를 호소해왔으나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무슨일이 생기더라도 현지인의 이름을 빌어 사업을 하는 식의 불법행위는 있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기업인들은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기위해서는 현지 공관과 기업인들간에 '거리를 좁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는 일본이나 대만처럼 공관이 현지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노이=연합뉴스) 권쾌현 특파원 kh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