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새로운 결의안이 통과될 때까지 유엔 무기사찰단이 이라크에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던 미국이 결의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번에는 사찰단의 신속하고 강력한 활동을 위해 정지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0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미국 관리들이 최근 수주간 이라크 사찰을 지휘할 한스 블릭스 유엔감시ㆍ검증ㆍ사찰위원회(UNMOVIC) 위원장과의 회동을 통해 이라크를 신속하고 강압적으로 사찰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지난주 뉴욕에서 가진 가장 최근의 만남을 비롯해 여러 차례 블릭스 위원장과 사찰문제를 협의했으며 파월 장관의 보좌진은 블릭스 위원장이 신속하고 강압적인 사찰의 필요성에 대해 이해하고 있음을 만족스럽게 생각하고있다고 타임스는 밝혔다. 미국이 신속한 사찰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이라크가 무기사찰에 협조하지 않거나 무장해제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벌이게 될 전쟁의 시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군관계자들과 군사전문가들은 이라크 사막지방에 폭염과 모래바람이 닥치기 전인 겨울에 병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이 신속하고 강압적인 사찰을 강조하고 나선 데는 이라크를 자극해 사찰단의 활동을 방해토록 유도함으로써 전쟁의 구실을 만들어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파월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이날 각각 방송에 출연해 신속한 대 이라크 사찰을 강조했다. 라이스 보좌관은 "미국은 무기사찰단이 일정 장소의 조사를 요청한 뒤 실제 조사가 이뤄지기까지 두시간이 지연되더라도 이라크가 관련 문서를 파기하기에는 충분하기 때문에 이와같은 지연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장관도 "사찰단이 활동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느낄 경우 그들은 바로 이라크를 떠나게 될 것"이라면서 "이라크는 사찰단에 협조해 평화적으로 무장해제를 이행하거나 협조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통해 무장해제가 이뤄지도록 하는 두 가지 방안가운데 택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신속하고 강압적인 조사 이외에 이라크내 관련 증인들에 대해 사찰단이 접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도 강조하고 있다. 지난 90년대에 이뤄졌던 유엔 사찰에서는 사찰단에 협력할 것처럼 보였던 증인들이 사라지기 일쑤였다. 미국은 이번에는 사찰단원들이 증인을 해외에서 면담할 수있도록 할 방침이며 이 점에 관해서는 타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리들이 전했다. 미국은 또 사찰단에 미국 관리들을 포함시키기 위해 안보리 상임이사국 출신들이 포함돼야 한다는 규정을 이라크 관련 결의안에 삽입하고 이라크와의 대치 상황에대비해 무장요원들이 사찰단과 동행토록 한다는 조항도 마련하기를 원하고 있다고뉴욕 타임스는 밝혔다. 그러나 사찰단에 포함되는 다른 상임이사국 출신들이 이라크에 사찰계획을 누설함으로써 오히려 사찰업무를 방해할 우려가 있고 무장요원의 대동은 불필요한 마찰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국가들이 많아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타임스는 설명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