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것은 북한의 핵무기개발 계획 시인이 아닙니다. 미국이 '이라크 이후(포스트 이라크)' 북한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더 큰 문제입니다." 지난 16일 북한이 핵무기개발 계획을 시인했다는 미국 정부의 발표 이후 전문가들의 평가는 많은 차이가 있었지만 '위협용'보다는 '협상용'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그 중에서 기자의 눈길을 끈 논평은 '국제안보'라는 작은 싱크탱크를 이끌고 있는 존 파이크 소장의 지적이었다. 파이크 소장 역시 북한의 시인이 갈등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과의 대타협을 위한 협상의 단초가 되길 희망했다. 하지만 그는 시인의 이유보다는 이라크 이후와 북한의 운명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이 이라크의 통치체제를 바꾸는데 성공한 후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한 북한의 체제변화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북한의 체제변화를 선호하는 강경파들이 북한핵을 공격의 구실로 삼으려 할지 모릅니다." 섬뜩한 지적이었지만 이라크 이후 북한의 운명은 줄곧 전문가들의 관심과 걱정거리였다. 현재로선 미국이 군사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두개 이상의 전선에 전력 투구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된다. 북한을 상대로 한 군사적인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이라크 공격을 마무리한 후에도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접근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비무장지대만 건너면 1천만명 이상이 살고 있는 서울인데다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가들이 군사적 해결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파이크 소장 같은 몇몇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라크 이후 북한 처리과정에서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는 체제변화 또는 군사적인 해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키로 했다는 미국의 입장을 다행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라크 이후에도 같은 기조가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북한의 반응에 따라 평화적 해결 방향은 달라질 수 있지만 이라크 이후 북한 문제가 미국의 제1외교 과제로 부상하지 않도록 이번 기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길 기대해 본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