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시인, 더 이상 반핵협정에 매달리지 않겠다고 미국측에 사실상 공언함에 따라 미국의 핵무기 제거 요구와 북한의 핵개발 강행주장이 정면 충돌, 지난 1994년 당시 미-북간 핵위기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17일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소수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언명, 북한은 이밖에 추가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른바 '북핵위기'현안의 초점이 핵개발 동결이 아닌 핵무기 제거 및 폐기에 있음을 강력히 내비쳤다. USA 투데이도 이날 "북한이 지난 1994년 제네바 핵기본합의서를 위반함으로써 북한핵문제가 미국에 새로운 위기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는 대(對)이라크 개전 수순을 밟고 있는 부시 행정부에 "제2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대북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북한이 핵카드를 이용해 위기를 조성함으로써 미국으로부터 경제적 정치적 양보를 얻어내려는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으며 북한은 워싱턴측이 이라크전과 병행해 북한과의 또 다른 위기를 다룰 수 없을 것으로 판단, '도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 강경 노선의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계획 시인은 ▲지난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서 ▲핵비확산조약(NPT)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안전협정 ▲남북 비핵화공동선언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으로 규정, 북한이 핵무기 제거 및 핵개발을 포기하지않을 경우 부시 대통령의 핵정책 기조에 따라 이에 강경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부시 행정부는 미국이 당면한 최대 핵심과제가 이라크 사담 후세인 체제축출에 있는 만큼 일단 이라크문제에 전력 투구, 이라크문제 해결의 가닥이 잡힐 때까지 외교전을 통한 국제연대 압력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 동결을 압박한다는 입장이다. 부시 대통령을 비롯, 럼즈펠드 장관 등 부시 행정부 수뇌부는 북한의 핵계획 시인을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 북한의 관련 핵협정 준수를 강력 촉구하면서도 "평화적 해결" 방침을 거듭 밝힘으로써 이라크와 북한문제를 분리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북한 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 유럽연합(EU), 중국, 러시아 등과 긴밀히 협의해 북한 핵무기 제거와 핵개발 포기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상황에서 극적 변수가 없는 한 미국의 그같은 외교적 대북압박 공세에북한이 쉽게 핵정책을 선회할 것으로 예상키 어려워 당분간 핵위기를 둘러싼 미-북간 정면 대치가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 특파원 s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