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화장품회사 로레알이 최근 효자상품인 플레니튀드(Pleinitude)의 브랜드명을 바꾸기로 했다. 이름이 너무 프랑스적이라 세계시장에 안맞는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화장품업체인만큼 세계인의 눈높이에 맞추는 판촉전략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게 로레알의 설명이다. 로레알은 대신 새로운 브랜드인 데르모-엑스퍼티즈(Dermo-Expetise)를 도입키로 했다. 피부와 전문기술을 의미하는 데름(derm)과 엑스퍼티즈(expertise)의 합성어로,영어로도 그 뜻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피부 전문기술'이란 이름이 고기능 화장품으로 인식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최근 들어 프랑스업계에 탈불어화 바람이 거세다. 수출을 늘리면서 각국 소비자들에게 자사 상품을 선전하거나 회사 이미지를 전달해야 할 필요성이 그만큼 커져서다. 회사이름을 발음하기 쉽게 바꾸는 기업도 늘고 있다. 세계시장에 진출한 대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제네랄 데조'에서 비방디로 기업명을 바꾼 '비방디 유니버설'이 대표적 사례다. 프랑스 롱푸랑과 독일의 훽스트도 합병 직후 불어와 독어 이름을 모두 포기하고 좀 더 글로벌한 '아벤티스'를 선택했다. 원자력발전 장비업체 프라마톰은 '아레바'로 바꿨다. 사내 영어공용화 현상도 보편화되는 양상이다. 알스톰과 알카텔은 주간 간부회의를 영어로 한다. 르노자동차 본사에서도 영어는 필수다. 그렇다고 프랑스인들의 자국어 사랑이 퇴색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매년 가을 신학기가 되면 라루스와 퍼티 로베르 출판사가 발행하는 불어사전이 서점가 베스트셀러로 등장한다. 교육부는 영어교육을 초등학교로까지 확대하면서 동시에 불어학습도 강화하고 있다. 불어학회는 불어를 하지 못하는 유명 프랑스인 리스트를 매년 발표해 망신을 준다. 지난 해 가장 불어를 못하는 기업인으로는 영어를 자주 사용하는 르노자동차의 슈바이처 회장이 뽑혔다. 세계화에 적응하면서 자국어를 지키고 사랑하는 프랑스인들의 현실적 실용주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