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세균전 책임자는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영국 유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47세의 여성 엘리트라고 미국 일간지 뉴욕 데일리가 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여자'로 불리는 리합 타하 박사가 전인류를 몰살할 만큼의 치명적인 세균을 생산했으며 그의 작품이야말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려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뉴욕 데일리에 따르면 언론에 의해 `세균 박사 (Dr. Germ)'라는 별명이 붙은 타하 박사는 수줍어하고 나서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로 널리 알려졌으나 그의 임무는조신함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눈에 피가 나도록 만드는 벌레나 피부를 벗기는 박테리아, 열병과 천연두, 나가아 천천히 고통스러운 죽음을 가져오는 바이러스 등이 그가 책임지고 있는 분야다. 부유한 집안 출신인 타하 박사는 바그다드 대학을 졸업한 뒤 70년대 후반 영국의 이스트 앵글리아대학에서 미생물학을 공부했으며 84년 담배 병균 연구를 통해 박사학위를 획득했다. 그는 영국 유학 중 조용했으나 동료 학생들에게 매우 인기가 있었으며 극장에 다니고 시집을 읽었지만 실험실에서 벌어지는 정치 토론에는 결코 끼어들지 않았다고 동료들은 기억한다. 정치에 대한 타하 박사의 무관심은 이라크와 이란의 전쟁이3년째로 접어들던 시기에 이란 여학생 두명과 한 아파트를 세내 같이 생활한 데서도잘 나타난다. 스승이자 친구인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생물학과의 존 터너 교수는 타하 박사가수줍고 열심히 공부했으나 특출한 재능은 없었던 것으로 회상했다. 그러나 날로 치열해져 가던 이라크와 이란의 전쟁이 타하 박사의 운명을 바꿔놨다. 84년 귀국한 그에게 전쟁에 사용할 생물학 무기 개발 임무가 기다리고 있었던것. 타하 박사가 이를 위해 사용할 광우병과 보톨리눔 독소, 대장균, 괴저유발 박테리아,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등 각종 세균 샘플을 보내준 장본인은 바로 미국이었다.당시만 해도 미국은 이란의 이슬람 근본주의보다는 세속적인 이라크 정권이 낫다고판단하고 있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비롯한 걸프전이 1991년 끝나자 타하 박사는 유엔무기사찰단에게 이라크의 생물학 무기 실태를 설명해야 하는 새 임무를 맡았다. 그는 이라크에 남아있는 생물학 무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다 이를 믿지 않고추궁하는 사찰단에게 울음을 터뜨리는가 하면 방에서 뛰쳐나가는 등 과장된 몸짓을보였다고 당시 사찰단은 보고했다. 타하 박사는 1993년 미국 뉴욕에서 유엔사찰단과 벌인 협의에 함께 참가했던 아메르 라시드 당시 이라크 석유장관과 염문을 뿌리다 그 뒤 부인과 이혼한 라시드 장관과 결혼해 현재 8세된 딸을 두고 있다. 이라크는 95년에는 생물학 무기 생산공장으로 의심받던 하캄의 공장으로 서방기자들을 초청해 이곳이 닭을 키우는 농장임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몇주 후 사담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사위가 망명해 폭로한 내용과 유엔 사찰단의 보고서로 막대한 양의 생물학무기를 생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98년 유엔무기사찰단이 이라크를 떠난 이후 타하 박사의 행적은 거의 알려진 바없으나 현재 논의되는 사찰단의 이라크 복귀가 실현된다면 그가 사찰단원들을 맞게될 가능성도 있다고 뉴욕 데일리는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