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대통령' 출현 여부를 놓고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6일(현지시간) 실시된 브라질 대선은 예상대로 1차투표에서 당선자를 가리지 못한 채 결선을 치르게 됐다. 3주 뒤인 이달 27일 실시되는 결선에서는 50%에 가까운 득표율을 보였으나 과반수(51%) 득표에 실패한 브라질 노동당(PT)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54) 후보와 20% 남짓한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한 집권 브라질 사회민주당(PSDB)의 조제 세하(60) 후보가 다시 한 번 격돌한다. 지난 7∼8월 내내 33∼35%의 지지율에 머물던 룰라 후보는 선거일이 임박하면서9월 중순부터는 45%의 지지율을 확보했으며, 선거직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48%까지 나타나 한때 1차투표 당선 가능성을 예고하기도 했다. 룰라 후보를 바짝 추격하던 세하 후보의 지지율이 기껏해야 21∼23%를 오르내리면서 여론조사단체의 조사결과마다 1위와 지지율차가 평균 25% 가량으로 나타난 것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3전4기'에 도전하는 룰라 후보는 `마지노선'을 극복하지 못했다. 출구조사 결과가 대체로 개표집계 결과와 일치한다고 할 때 득표율 50%에 근접했으나 과반수 득표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노동자에 서민층 출신인 룰라 후보는 막판에 기업인 등 일부 중산층까지 전례없이 지지를 선언해 1차투표에서 승리를 굳히는 듯 했으나 이들의 지지선언이 바로 표로까지 연결되지는 않았음이 입증됐다. 그 만큼 브라질 중산층은 좌파인 룰라 후보에 대해 불안과 의혹의 눈초리를 떼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룰라 후보의 지지율과 득표율이 세하 후보에 비해 훨씬 앞서고 있으나 결선을결코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지난 1989년 첫 출마때는 `어린 나이'와전무하다시피한 행정경험때문에 졌다고 할 수 있지만 94년과 98년 페르난도 엥히키카르도주 현 대통령과 대결할 때는 두 차례 모두 초기의 우세했던 지지율을 지키지못하고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역전당한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결선투표에서도 지금까지 서로 헐뜯고 반목해오던 집권 연립여당구성정당들이 대결을 자제하고 세하 후보를 밀어주기로 결정할 경우 판도는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더구나 카르도주 대통령과 막역한 친구사이인 세하 후보는 미국 코널대와 칠레산티아고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경제전문가인 동시에 자유시장주의자인데다 출마직전 보사부장관을 역임하기까지 풍부한 행정경험으로 `안정'을 추구하는 세력의 몰표가 나온다면 막판 뒤집기가 가능할 수도 있는 것이다. 반면, 정규교육도 제대로 받지못한 노동자 출신으로 중산층의 따돌림을 받아 온룰라 후보는 서민층과 빈민층에 지지기반을 둔 `급진개혁' 성향의 후보라는 점과 대권에 이미 3차례 도전하면서 쌓은 전국적인 인지도 외에는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것이없는 상태다. 좌파인 그의 당선 가능성에 놀란 국제 금융계가 불안감을 표시하면서 헤알화 가치가 주저앉자 룰라 진영은 재빨리 "당선하더라도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상당부분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수정하여 발표해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이 때문에 룰라 후보의 공약은 세하 진영의 공약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지금까지 나타난 지지율과 1차 투표의 득표율로 볼 때 결선에서도 룰라의 압승 을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러가지 변수를 종합해 볼 때 결코 안심할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중남미 언론의 분석이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 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