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인 지난해 10월7일. 미국은 '9·11테러' 배후세력인 탈레반 정권을 축출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나섰다. 영국 등 연합군의 도움을 받아 수주 만에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이 이끄는 임시정부를 세웠다. 하지만 '아프간전쟁' 1년이 지난 지금 수도 카불 주민들의 표정에는 희망 절망 분노가 여전히 교차하고 있다. ◆돋아나는 '희망'의 싹=임시정부가 들어선 후 아프가니스탄에는 '자유'가 꿈틀대고 있다. 탈레반정권 시절 등교가 거부됐던 소녀들이 다시 학교에 다니고,여성들은 일터로 되돌아 갔다. 이슬람 여성들의 전통의상인 '부르카'를 입지 않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자들도 늘어났다. 경제활동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CNN방송 등 외신들은 탈레반정권 축출 이후 인터넷관련 규제가 풀리면서 이를 기반으로 하는 무역업자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특히 카불에는 컴퓨터대리점 여관 식당 등이 생겨나고 자동차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고 전했다. ◆'미완의 성공'평가=탈레반정권 축출 후 경제 사회 정치 등 아프가니스탄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갈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9·11테러'의 배후혐의를 받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과 탈레반지도자 물라 오마르의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지난달 카르자이 대통령이 칸다하르 방문 중 암살위기를 모면한 것은 아프간 정치불안 정도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수백만명에 이르는 아프간주변 난민들이 아직도 본국으로 송환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경제는 여전히 파탄 상태다.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으면 올 겨울을 넘기기 어려운 아프간인들이 1백만명을 넘는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