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과 이라크가 무기사찰 재개에 합의한 가운데 미국은 한스 블릭스 유엔 감시.거증.사찰위원회(UNMOVIC) 위원장이 3일 뉴욕에서 열리는 안전보장이사회에 출석, 세부 합의내용을 보고하는 자리를 빌어 이를 무산시킬 수도 있다고 유엔 외교관들이 2일 밝혔다. 블릭스 위원장은 지난 1일 기존 사찰조건에 따라 무기사찰을 실시하기로 이라크와 합의했으나 미 정부는 더 강경한 사찰조건이 담긴 새 유엔 결의안이 채택되기 전까지는 사찰단이 이라크에 입국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유엔 외교관은 무기사찰단이 권한을 위임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들이 이라크에 들어가는데는 안보리의 별도 조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은 자신들이 선택하는 시기에 언제든 이라크에 입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유엔 당국자도 "우리는 개별 회원국이 아닌 안보리로부터 명령을 받았다"면서 미국이 이라크가 기존 유엔 결의안들을 위반한 사실을 들어 사찰 재개에 반대하고 있으나 사찰단이 이라크에 입국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두가지 방법으로 사찰단의 이라크 입국을 저지할 수는 있다고 유엔 외교관은 말했다. 이 외교관은 우선 사찰 규정을 바꾸는 새로운 안보리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이 첫번째 방법이며, 두번째로는 미국이 사찰단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8년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철수시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한 바 있는데, 당시 미국은 이라크에 폭격을 가하기 앞서 사찰단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았다. 이 외교관은 미국이 전쟁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이같은 위협책을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빈 AFP=연합뉴스)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