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바그다드에서 시가전이 벌어지면 결과가 끔찍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가전 가능성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CBS방송이 22일 인터넷판에서 보도했다. CBS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축출하려면 시가전이 불가피하며 후세인 대통령도 미국과의 전쟁을 이라크 도시들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공언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군사 및 정보 관계자들은 바그다드 인근의 전투는 후세인 대통령에게 미국의 군사적 우위에 맞설 최상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시인하고 있고 전략가들은 군대와 민간인 모두 너무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시가전이라는 발상에는 손을 내젓고 있는 게 사실이다. 포격과 정밀 공습은 미국의 군사적 우세 가운데 중요한 요소이지만 도시에서 폭탄 한 발이라도 빗나간다면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큰 건물들이 있는 곳에서는 통신이 자주 끊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시가전을 연구하는 미 해병대 버지니아주 콴티코기지 전투연구소장 프랭크 팬터 대령은 "사격이 지붕에서 날아오고 거리와 창가, 하수구, 지하실에서도 날아온다"며 "노출된 어떤 곳도 피격 지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에 있는 적은 AK-47 자동 소총, 로켓유탄발사기와 함께 작전 조율용 휴대전화라는 세 가지 무기를 갖추고 있다고 팬터 대령은 말했다. 도시를 탈취하려면 30%의 병력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군사 정설이다. 일부 전략가는 그러나 도시 전투의 새로운 전술과 기술 개발을 통해 이러한 낡은 사고 방식을 뒤집으려 하고 있다. 바그다드 자체는 다양한 전투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 현대적인 대로와 뒷골목이 공존하고 있고 도시는 티그리스강에 의해 동서로 양분돼 있다. 동부의 구 도시는 여러 수로로 인해 하나의 섬처럼 만들어져 있어 수많은 다리 가운데 하나를 통해야 들어갈 수 있다. 이라크 정부 청사 대부분과 대통령궁은 서쪽에 있다. 바그다드의 외곽은 각각 1만-1만5천명 규모의 3개 탱크사단으로 구성된 이라크 공화국수비대가 지키고 있고 도시 내부의 방위는 후세인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에 의해 선발된 1만5천 병력의 친위대격 준군사조직인 공화국특별수비대가 맡고 있다. 미국 군사 전문가들은 미군이나 이라크 시민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바그다드를 점령하려면 지상군도 종래와는 다른 발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으며 탱크와 보병을 결합한 전투 형태가 한 가지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콴티코기지의 `대도시 계획' 연구진은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스탈린그라드전투나 체첸의 그로즈니전투와 같은 살륙전은 물론 요르단강 서안, 북아일랜드, 모가디슈 전투를 포함해 과거 60년의 시가전을 연구한 끝에 몇몇 아이디어를 개발해 냈다. 최근 남부 캘리포니아주의 공군기지에서 비공개리에 이들 아이디어에 대한 시험을 실시한 결과 시민 수 백명이 난민으로 등장하는 가상 상황에서 탱크와 헬기의 지원을 받은 1천100명 규모의 대대 병력이 수비군 200명이 지키는 진지를 탈환하느라 약 100명이라는 막대한 인명 손실을 보기도 했다고 CBS는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