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은 21일(현지시간)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갇혀있는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의 자치정부 본부 사무실 건물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하며 건물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즉각투항하라고 최후통첩을 보냈다. 팔레스타인 소식통들은 아라파트 수반이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긴박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에 즉각 봉쇄를해제할 것을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주민 수천명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이스라엘 군의 발포로 4명이 사망하는 등 일촉즉발의 유혈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아라파트 사무실 폭파위협= 이스라엘군은 텔아비브에서 잇따라 발생한 자살폭탄테러에 대한 보복으로 20일 밤부터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감행, 라말라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청사 건물을 대부분 파괴했다. 아라파트 수반이 머물고 있는 건물 1동만이 남은 상태에서 탱크와 장갑차, 불도저가 언제든 건물을 쓸어버릴 기세로 주변을 포위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1일 밤 현재 대형 스피커로 건물안에 있는 200여명에게 "커다란폭발이 있을 것이다. 한 사람씩 머리에 손을 얹고 건물 밖으로 나오라"고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고 현장 취재진이 전했다. 앞서 이날 오전 3차례 커다란 폭발음이 들린 직후 아라파트 집무실 건물과 인접한 자치정부 청사내 내무부 구역이 완전히 무너졌으며, 아라파트 사무실 일부도 파괴됐다. 아라파트 수반과 측근들은 건물 2층 한켠에 있는 집무실과 회의실 등 4개의 방에 갇혀 있으며, 권총과 휴지, 생수병을 곁에 둔 채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아라파트 수반의 사진이 팔레스타인 측근들에 의해 밖으로 전달됐다. 현재 라말라 시가지는 군사작전 지역으로 선포돼 취재진 접근이 봉쇄되고 있다. 이스라엘 군은 청사 건물에 걸려있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깃발을 떼어내고 이스라엘 국기를 내걸었다. 이스라엘 군은 건물 안에 있는 200여명 중 팔레스타인 테러용의자 20여명을 즉각 인도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팔레스타인측은 거부하고 있다. 나탄 샤란스키 이스라엘 부총리는 "아라파트의 신변에 위해를 가해지는 않겠다"고 약속했으며, 군 사령관들도 "아라파트가 자유롭게 라말라를 떠날 수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이스라엘이 아라파트 수반 고립화를 위해 이번 작전을 감행하고 있으며, 라말라에서 그를 쫓아내 가자지구의 제한된 지역에 고립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관측했다. ◇팔레스타인 주민 항의시위= 아라파트 수반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안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 약 5천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시위대 중 일부는 자동화기를 공중에 발사하며 이스라엘 군과 대치하고 있다. 라말라, 나블루스 인근 발라타 난민촌, 툴카렘 등지에서는 팔레스타인 주민 4명이 이스라엘 군의 발포로 현장에서 사망하거나 부상으로 병원에 후송된 뒤 숨졌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병원은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시위대는 "아라파트여 영원하라"는 피켓을 들고 행진하고 있으며, 국제평화단체소속원 일부도 시위에 가세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그러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폭력 행위를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팔레스타인 소식통들이 전했다. ◇국제사회 개입= 유럽연합(EU)과 미국, 이집트, 요르단 등은 이스라엘 측에 즉시 위협을 중단하고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프랑스는 이스라엘군의 작전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21일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사태에 개입할 것을 촉구하는 긴급 메시지를 보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3일 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샤론 내각의 고위 관리는 테러용의자들이 항복하더라도 곧바로 작전을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라말라.예루살렘.워싱턴 AP.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