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왕가(王家)에서 재정관리를 맡았던 전직회계원이 9.11 테러 범행을 모의한 독일 함부르크의 알-카에다 조직에 약 100만 달러의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테러 희생자 유족측 변호인이 20일 주장했다. 사우디 왕족 등을 상대로 한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장-샤를 브리자드 변호사는지난달 스페인에서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는 모하메드 갈레브 주아이디라는 이름의전직 회계원이 알-카에다의 거물급 전주(錢主) 역할을 해왔다면서 스페인 수사당국의 조사문건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리아 출신으로 스페인 국적자인 주아이디는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사우디에기거하면서 왕족인 알-파이잘 일가(一家)의 회계 업무를 맡아봤으며, 사우디와 스페인에 여러 개의 유령회사를 차린 뒤 돈세탁을 거쳐 알-카에다에 조직 자금을 댔다고브리자드 변호사는 말했다. 알-파이잘 일가는 파이잘이슬람뱅크 총재인 모하메드 왕자와 비밀정보기관 책임자를 지낸 투르키 왕자가 속한 집안으로, 이들은 테러 유족들이 최근 제기한 소송의피고로 올라 있다. 주아이디가 지원한 자금이 9.11 테러 주범으로 지목돼 있는 모하메드 아타와 최근 파키스탄에서 체포된 테러 주모자 람지 빈 알시브가 몸담았던 함부르크의 알-카에다 조직에 흘러 들어갔다는 것이다. 또 주아이디가 운영하던 회사의 한 직원은 지난 1997년 뉴욕 세계무역센터(WTC)를 찾아가 빌딩 모습을 촬영했으며, 이를 입증하는 8개의 비디오테이프가 스페인 수사당국에 압수돼 있다고 브리자드 변호사는 말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