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집을 앞둔 이스라엘의 고등학생 213명이 17일 이스라엘을 `점령군'으로 규정, 군 복무를 거부하는 선언문을 아리엘 샤론 총리와 비냐민 벤 엘리저 국방장관, 그리고 리모르 리브나트 교육장관에게 보냈다. 이들은 선언 참가자 전원의 서명이 담긴 편지에서 이스라엘이 전쟁범죄와 인권유린 행위를 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현실은 고통과 공포, 절망으로 이어지고 다시팔레스타인인들의 테러 공격을 초래한다. 따라서 점령은 비도덕적일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시민과 거주자들의 안보를 파괴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우리들중 일부는 제복을 거부하며 일부는 녹색선(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 및 가자지구를 분리하는 선) 밖에서 복무하기를 거부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각각 다른 방법으로 점령군 복무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학생들의 선언에 대해 샤론총리나 벤 엘리저 국방장관 측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1년 전에도 이스라엘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 62명이 이번 성명보다는 강도가 낮지만 병역을 거부하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했으며 지난 2월 소수의 예비역 장교들로 시작해 지금까지 489명의 예비역 장병들이 점령지역에서 복무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탄원서에 서명했다. 이들중 8명은 지난 4일 대법원에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을 불법으로 규정해 줄 것을 요청하는 상고를 제기했다. 한편 지난해 병역거부를 선언했던 학생들중 대부분은 서안지역과 가자지구 복무를 거부하거나 군복무 자체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선언을 지켰으며 이중 2명은 군 교도소에서 90일 징역형을 마쳤고 3명은 아직까지 복역중이다. 이스라엘 국민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가가 생존을 위해 싸운다는 전제에 별다른 이의가 없었으나 지난 82년 레바논 침공 이후 일부 군인들 사이에 병역거부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한편 2년에 걸친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봉기) 운동으로 새로운 세대가 팔레스타인인들과 충돌하면서 민간인에 대한 군인들의 무차별 폭력행위가 점차 증가하고있다. 이스라엘 남녀는 만 18세가 되면 전원 군대에 징집되며 남자는 3년, 여자는 21개월을 복무한다. 그 후에도 남자들과 일부 여성은 매년 1개월씩은 예비군 소집에응해야 하며 많은 남자들은 40대까지 전투부대에 배속된다. 이스라엘은 현역군인 19만명에 예비군 45만명이 상시 대기하고 있다. (예루살렘 AP.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