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라크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2일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최후통첩성 개전 전제조건을 이라크에 통고한 것을 계기로 사실상 임전태세에 돌입해 양측간 전운이 고조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유엔총회에 참석해 이라크전에 관한 미국 입장을 발표하고 이라크의 사실상 `무장해제' 등 미국의 선제 군사행동을 피하기 위한 5개항의 요구사항을 통보했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에서 대량살상무기 및 장거리 미사일의 무조건적 즉각 해체 등을 위한 유엔결의를 촉구하고 이라크의 거부로 유엔의 행동이 무산할 경우, 미국은 독자적인 선제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외에 분명히 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그 같은 요구사항은 이라크 사담 후세인 대통령으로서는 체제유지상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이라크 전면전을 회피하기 위한 극적 돌파구가 유엔을 통해 마련되지 않는 한 사담 후세인체제 축출을 위한 미국의 임전태세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6일 "걸프지역과 중부 아시아를 총괄하는 미군사령부는 이라크전 돌입시 전시 지휘사령부로 카타르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를 활용할 수 있는 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플로리다 주 탬파 기지에서 군 고위참모 600명을 카타르로 파견키로 했다"며 "중부사령관 토미 프랭크스 대장이 이 600명의 군참모들을 지휘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미군부의 그 같은 결정은 부시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 대통령 축출을 위한 대(對)이라크 개전수순을 본격화하는 시점에 나와 주목된다면서 이로써 미군의 임전태세 강화와 함께 카타르가 이라크전의 핵심 전략기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뉴욕 타임스도 중동지역을 관할하는 중부사령부의 병력이 대규모로 이라크 인근 카타르로 이동하는 등 미국이 본격적인 전쟁 준비에 나서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카타르가 미국의 대리인으로 아랍권의 적이 되길 바란다면 이를 결단코 용인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카타르가 자국 군사기지를 미국이 사용토록 허용할 경우, 카타르를 박살내겠다 며 항전의지를 천명했다. 타하 야신 라마단 이라크 부통령도 "이라크에 대한 침략행위는 미국의 패권과 새로운 식민주의를 위한 데 있다"며 "이라크는 자위권이 있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격 기지와 그 진원지에 상관없이 이라크를 방어하겠다"고 임전태세 강화를 다짐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유엔연설을 통한 최후통첩성 통고에 이어 이라크가 유엔결의를 다시 묵살할 경우에 대비해 조만간 의회에 개전 승인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져 최악의 경우에 벌어질 미국-이라크 전면전 돌입 시기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 특파원 s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