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일방적인 이라크공격에 반대해온 서방 동맹국들이 8일 일제히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강력 비난하고 군사행동의 필요성을 일부 언급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는 후세인 대통령을 원색적인 언사로 비난하는 동시에 독일의완강한 공격 반대 입장에 더 이상 동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독일과 보조를 맞추고 있는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도 궁극적으로는 군사행동이 포함될 수 있는 제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들 동맹국이 미국과 영국의 공격 지지 호소에 설득된 것으로 보기에는아직 이르다는 것이 외교 관측통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라크에 사찰단을 받아들이도록 3주 간의 최종시한을 주고 만약 이를 거부할 경우 군사력 사용여부에 관한 유엔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유엔이 승인할 경우 군사행동에 참여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시라크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지금까지 발언 중 군사력 사용을 허용하는 쪽에가장 근접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탈리아는 미국 주도의 이라크 공격을 위해 자국 영공이 제공될 수도 있다는입장을 표명했다. 오는 13일 조지 W.부시 미국 대통령과 만나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그러나 미국이 고립된 방식으로 행동하지는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아나 팔라시오 스페인 외무장관은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모든 외교적 채널은 이미 소진됐다고 말해 군사행동에 대한 지지를 내비쳤다. 얀 페테르 발케넨데 네덜란드 외무장관도 군사행동이 최종수단으로써 사용될 수있다고 언급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는 후세인을 `광적인 독재자'로 규정하고 후세인을 제거할 경우 국제사회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점은 명백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방 동맹국들 중 군사행동에 가장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이날 집권 사민당 의원들에게 부시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자제할 것을 이례적으로 요청했다. 슈뢰더 총리는 그러나 부시 대통령과 견해 차를 좁히기 위해 통화를 해볼 의향은 현재로선 없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은 이라크가 무기사찰단을 수용하도록 유엔이 압력을 가하는 식의접근방식에 동조하는 입장이라고 EU 순번제 의장국을 맡고 있는 덴마크의 안데르스포그 라스무센 외무장관이 밝혔다. 라스무센 장관은 이날 부시 대통령과 통화에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추구하겠다는미국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전하고 이라크가 계속 유엔의 요구를 거부한다면 안보리결의안에 기초해 필수적인 조치가 취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마 교황청은 이날 장 루이 토랑 대주교(외무장관)를 통해 밝힌 이라크 문제에관한 첫 성명에서 "군사공격은 오로지 유엔의 권위 하에 행해져야 할 것"이라며 "악으로써 악에 대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슬람권에서 유일한 미국의 맹방인 터키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시 모든 필수적인 준비를 제공할 수 있고 이미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했다. 수크루 시나 구렐 외무장관은 그러나 인접한 이라크와 미국 사이에 가능한 평화적인 해결이 이루어지길 더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서방 동맹권 중 일부가 미국에 다소 동조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아랍권과 다른 제3세계 국가들은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미국의 공격계획을비난하고 있다. 아랍연맹의 아무르 무사 사무총장은 "이라크가 사찰단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정치.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미국에 유엔을통한 외교적 해결을 택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미국의 일방적인 공격은 이슬람권을 완전히 고립시켜 또다른 테러를 낳게 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탁신 치나왓 태국 총리도 이라크의 무기개발 의혹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이해할수는 있지만 일방적인 공격은 결국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고 말 것이라며 유엔에결정적인 역할을 부여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 주말 부시 대통령과 회담하고 돌아온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날노총(TUC) 연설을 통해 `무법자'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한 행동을 국제사회에 다시한번 호소할 예정이다. 연설 초고에 따르면 블레어 총리는 "우리는 더이상 기다리거나 아무 것도 하지않은 채 손놓고 있을 수 없다. 그(후세인)가 원하는 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만 한다"고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 마드리드 제네바 코펜하겐 AP AFP d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