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미국에서 더 이상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적 전염병이라고 말할 정도로 국가적으로 보건의 무서운 적이 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최신호(9월2일자)에서 미국 성인의 60% 이상이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분류되고 어린이의 상당수가 제2형 당뇨병(성인 당뇨병)과 과체중으로 인한 고혈압 관련 질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타임은 비만의 원인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그 대책을 개인적 차원이 아닌 음식혁명에 기대를 걸었다. 체중감소를 위한 식이요법이 지난 30년간 꾸준히 제시됐고 이를 시도해본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았지만 그동안 비만이 오히려 증가해온 점으로 미뤄 식이요법은 대체로 일단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비만은 어떻게 보면 한 마디로 압축된다. 소비하는 에너지양보다 섭취 칼로리양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일반 소시민이 이 대원칙을 준수하는 것은 말은 쉽지만 행동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식이요법인데 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저지방식이요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탄수화물 섭취 억제 지지자들도 만만치 않다. 가능한 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저지방 식이요법은 실패 경험이 많고 지방중에도 좋은 지방과 나쁜 지방이 있고 건강유지에 필수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설득력이 예전만큼 강하지 않다. 또 이 식이요법으로 일시적으로 체중감소에 성공했다가 단기간내 옛 상태로 복원되는 경우가 수없이 많았다. 탄수화물 섭취 감소 다이어트도 인체에 필요한 탄수화물 성분이 있어 일률적 적용이 쉽지 않다. 식이요법만으로는 비만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은 우선 두 가지 문제에서 출발한다. 바로 유전자와 환경변화의 문제이다. 비만에 관여하는 유전자와 호르몬이 상당수 발견됐고 뇌 속에도 체중조정센터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양의 삭사에도 비만과 정상으로 나뉘는 것은 바로 유전자로 설명된다. 식욕조절과 체내열발생 메커니즘이 신체의 에너지 균형 방정식에 관여하는데 이에는 렙틴이라는 호르몬 이외에 각종 호르몬과 유전자가 상호작용을 하고 뇌에도 시상하부(視床河部)라는 식욕조절 및 지방 축적 통제센터가 있고, 도파민 세로토닌 등 기분전환 신경전달물질들과 아드레날린, 코티솔 같은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들도 체중조절 기능과 관련이 있다. 신체내 지방축적과 체중에 관여하는 수많은 요인과 성분을 감안하면, 앞으로 과학의 발달에 따라 심각한 비만환자에 대해서는 적절한 치료약이 개발되겠지만 비만조절만능약은 현재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유전자 못지 않게 환경 변화도 비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석기시대 수렵 채취 경제시절에는 비만이 생길 소지가 아예 없었다. 비만의 요인이 되는 지방축적 유전자도 환경의 사회 산물이었다. 워낙 기아가 심했던 시대나 지방에 살았던 사람들은 비상시에 대비해 지방축적이 필요해 오랜 세월을 통해 그러한 유전자가 진화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현대 사회가 인간 사육장으로 변한데 있다. 신체 활동 필요성은 엄청나게 준 반면 지방과 탄수화물 섭취량은 그만큼 더 늘었다. 사냥으로 잡은 야생동물에는 지방이 전체의 3∼4% 밖에 안됐지만 우량 축산소의 지방은 30%가 넘는다. 탄수화물의 경우에도 야생은 섬유질이 많아 소화를 더디게 하는 반면 재배작물은 섬유질이 적고 또 도정기술의 발달로 탄수화물 섭취량이 부쩍늘었다. 인간의 소화기관과 유전자의 진화는 그러나 이러한 식생활의 혁명적인 변화를 제대로 쫓아가지 못해 결국 비만이라는 사회병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물론 비만은 아직까지는 선진국형 병이지만 인류가 이 비만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환경 변화이며. 이는 음식 혁명에서 찾아야 한다고 타임은 결론지었다. 옥스퍼드 대학의 역사학자 펠리페이 페르난데스-아메스토 교수는 "차세대 혁명은 과잉의 해소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대 기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