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한 회담을 통해 미국이 제시한 '악의 축' 개념에 맞서는 '해트트릭'을 마무리지었다고 보는 시각이 미국 보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러시아는 이미 이란에 5기의 원자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라크와는 5년간 400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 관리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러시아는 이번에 김 위원장과 한 회담에서도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한반도 연결 등에 관한 협력에 합의함으로써 `악의 축'으로 지목된 3개국 모두와 협력관계를 공고히 다질 뜻을 밝혔다. 타임스는 서방 외교관의 말을 빌어 푸틴 대통령이 이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고 나선 이유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을 멸시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러시아가 여전히 세계적 강대국이라는 점을 과시하려는 뜻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구사타브 라니스 예일대 교수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확장, 미국의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파기, 중앙아시아의 미군 주둔 등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푸틴 대통령이 '악의 축' 국가들과 관계를 맺어 어느 정도 미국의 코를 비틀어 주요 강대국의 지도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확인받고 싶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에서 투자업체를 운영하며 대북 투자도 추진 중인 영국인 기업가 앤드루 폭스 씨는 푸틴 대통령이 "이른바 `악의 축' 국가들과 친밀한 관계를 보임으로써 러시아권 국가들 사이에서 주요 지도자로 남을 수 있어 그에게는 일리있는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간 워싱턴 포스트는 김정일 위원장의 입장에서 이번에 푸틴 대통령과 한회담은 미국이 아닌 다른 상대를 찾을 수도 있다는 점을 미국에 과시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을 내놨다. 유엔 요원으로 북한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요시다 야스히코 일본 오사카법경대 교수는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아니라면) 러시아와 한국, 중국, 일본 등에 접근하는 방법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김 위원장은 미국 부시 행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정치적 쇼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