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3일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연해주(州) 정부 영빈관(돔 페레가보로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 협력 확대 방안과 한반도 상황 등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오후 5시(현지 시간)부터 시작된 회담에서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연결 사업과 러시아의 대(對) 북한전력 지원문제 등 경협 확대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TKR-TSR 연결 프로젝트를 양국 모두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보고 추진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빅토르 이사예프 하바로프스크주 지사 등 극동 지역관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극동 발전 대책 회의'에서 "우리가 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않으면 중국에 빼앗기게 될 것"이라면서 "사업 계획은 이미 존재하며, 우리가 본격 나서면 사업은 빠르게 진전될 것"이라며 TKR-TSR 연결 사업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러시아는 중국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 TKR-TSR 연결 사업을 (기필코)따와야 한다"면서 "이 것이 바로 내가 김 위원장과 만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또 원자력 발전소를 북-러 국경 지역에 건설해 전력을 공동 이용하는 방안 등 양국 전력 협조 방안도 협의했다. 지난 7월 이후 최저 생산 단위인 공장과 기업소에 까지 경제개혁조치를 도입한 북한은 경제 개혁 성공을 위한 핵심 요소로 러시아의 전력 지원을 꼽고 있으며, 러시아도 극동 지역 발전을 위해 전력 등 사회 간접자본(SOC) 확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앞서 작년 8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정상회담 뒤 채택한 `모스크바 선언'에서 TKR-TSR 연결 사업과 북한 전력 부문 개.보수 등에 합의했었다. 양국 정상은 이밖에 ▲북-러 우호 증진 ▲북한의 대(對)러 차관 상환 ▲군사.기술 분야 협력 ▲농.림.수산업 분야 협력 ▲건설 노동자를 포함한 인력 교류 확대 등방안도 조율했다. 또 ▲에너지.통신 분야 협력 ▲라선 정유공장과 김책제철소 현대화 등 북한 SOC확충 등 문제도 협의 대상에 올랐다. 두 정상은 이와 함께 남북 대화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 증진 방안을 논의, 남북대화 진전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 위원장은 앞서 이날 오전 9시 30분 블라디보스토크역(驛)에 도착, 세르게이다르킨 연해주 지사와 유리 코필로프 블라디보스토크 시장 등의 영접을 받고 블라디보스토크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시내 종합 쇼핑센터 `이그나트'를 방문한데 이어 블라디보스토크무역항에 들러 항만 시설을 돌아보고, 근처 `가반(항구)' 호텔에서 러시아 관계자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 쇼핑센터에서 김 위원장은 물건을 사지는 않았으나 상품들을 돌아보며 가격을 물어보는 등 상점 운영 전반에 관심을 표시했으며, 쇼핑센터 사장에게 도자기를 선물로 주고 러시아 정교회 성화인 `이콘' 1점을 증정받았다고 관계자들이 전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20-22일 하바로프스크와 콤소몰스크-나-아무례 등 극동 북부지역 전투기 공장과 제약공장 등을 돌아보며 러시아 경제 개혁 조치 이후의 변화상을 직접 체험했다. 김 위원장은 24일 오전 극동국립대학에서 명예 정치학 박사 학위를 수여받고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나 오후 6시께 북-러 접경 도시 하산에 도착, 환송행사를 받은 뒤 7시 30분 북한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