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부 오지 우루무치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우종합기계 안문배 부장.그는 스스로를 '고독한 사냥꾼'으로 비유한다. 우루무치에서 굴삭기 영업을 위해 뛰고 있는 자기 모습이 거친 들판을 누비는 사냥꾼과 너무도 닮았다는 생각에서다. 오로지 모든 일을 자신이 알아서 결정해야 하기에 고독하다. 3년 전 우루무치에 처음 갔을 때 그는 '세상에 이런 곳도 있구나'하고 놀랐다. 5개월은 여름,6개월은 겨울이었다. 겨울에는 영하 30도,여름에는 영상 30도 이상의 더위에 시달렸다. 모래가 비처럼 내리는 사우(沙雨)는 한번 내리면 1주일씩 계속됐다. 호흡기관이 성할 리 없다. 사막에서 모래바람에 차가 뒤집히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전갈에 쏘일 뻔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심심치 않게 터지는 위구르족의 독립 테러로 치안도 불안하다. 그러나 어떤 악조건도 그의 굴삭기 영업을 막지는 못했다.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공사장이 있는 곳이라면 천리가 멀다 않고 차를 몰았습니다. 여기서 밀리면 끝이라는 생각에 오기가 발동했습니다." 서서히 실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해 97대의 굴삭기를 팔아 신장(新疆)성 시장점유율(37%) 1위를 차지했다. 고마쓰(일본) 캐터필러(미국) 등 기존 외국업체들을 따돌린 것이다. 중국 서부개발정책에 따라 영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한다. 요즘 베이징에서는 문화공연 토론회 연찬회 등 한·중 수교 1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가 하루가 멀다하고 열린다. 각 행사에는 교역량이 얼마나 늘었고,투자액이 몇배 증가했다는 등 경협 수치들이 등장한다. 그 화려한 수치를 한겹 벗겨내면 무엇이 남을까. 결국 사람이다. 안 부장 같은 '고독한 사냥꾼'들의 활약이 교역 투자 등의 수치로 표현됐을 뿐이다. 그들이 바로 한·중 수교 10돌의 주역인 것이다. 그들에게 찬사를 보내야 한다. 그들이 황야를 마음껏 누비고 다닐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한다. 그러면 '고독한 사냥꾼'은 해질 무렵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어깨에 송아지 만한 노루를 지고 돌아올 것이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