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을 전율케 한 테러가 일어났던 지난해 9월11일 미국의 한 정보기관 건물에 항공기가 충돌하는 것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실험이 계획돼 있던 것으로 밝혀져 그 기막힌 우연성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버지니아주 섄틸리 소재 국립정찰국(NRO) 관계자들은 당일 아침 NRO 본부를 구성하는 4개의 건물중 하나에 기계 고장을 일으킨 소형 항공기 한 대가 충돌하는 모의실험을 실시, 직원들의 재난 대응 태세를 시험할 예정이었다고 최근 밝혔다. 많은 첩보 위성들을 운영하는 기관으로 군과 중앙정보국(CIA)에서 요원들을 차출하고 있는 NRO의 아트 호볼드 대변인은 이 실험에 실제 항공기가 동원될 예정은 아니었으며 단지 계단과 출입구가 막힌 상황을 가정, 직원들이 다른 대피로를 찾는 실험을 하려 했다고 말했다. 호볼드 대변인은 이 실험이 여러 달 전부터 계획돼 있었으나 "믿을 수 없는 일이 현실로 벌어지면서 실험 계획은 취소됐다"고 말했다. 또 한 가지 우연은 모의실험이 시작되기 50분 전인 9월11일 오전 8시10분에 아메리칸 항공 소속 보잉 767기가 NRO에서 불과 6㎞ 떨어진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이륙한 것. 이 항공기는 이륙 즉시 납치돼 9시40분에 국방부 건물과 충돌하면서 기내에 있던 64명과 지상에 있던 125명을 숨지게 했다. 호볼드 대변인은 9.11 테러 후 NRO 본부에서 일하던 3천명의 직원중 일부 필수 요원만 남기고 대부분은 원대 복귀했다고 밝혔다. NRO의 항공기 충돌 모의실험 계획은 시카고에서 열릴 예정인 국토안전보장부 회의를 앞두고 NRO의 전략계획부 책임자로 지명된 CIA 간부 존 풀턴을 추천하는 한 발표에서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 발표문은 "풀턴과 그의 팀이 2001년 9월11일 아침 항공기가 건물에 부딪칠 경우 예상되는 비상 대응 태세를 알아보기 위해 시뮬레이션 실험을 실시하려는 사전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워싱턴 A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