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 유럽을 휩쓸고 있는 100여 년 만의 최악의 홍수 피해가 체코, 오스트리아, 독일 남부를 거쳐 15일 독일 중북부지역과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중부 유럽에 발생한 최악의 홍수로 지난 주말부터 현재까지 약 9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독일 중동부 드레스덴을 지나는 엘베강 수위는 이날 150년만의 최고치인 8.5m를 넘었으며 장대비 속에 체코 쪽에서 내려오는 물이 계속 불어나 오는 17일 오전에는 지난 1845년의 8.76m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강 인근 지역 곳곳이 침수하고 통신이 끊겨 2만여 명이 대피한 상태에서 당국은 피해를 줄이려고 수십만 개의 모래주머니로 둑을 쌓는 한편 취약지역 주민, 예술품, 주요 문서를 황급히 이송시켰다. 이와 함께 드레스덴시 당국은 이날 오후 드레스덴과 인근 지역의 주민 3만여명에게도 대피령을 내렸다. 드레스덴시 당국은 홍수 피해가 확산하자 일부 병원의 환자를 독일 공군기의 협조를 받아 베를린이나 쾰른 등지의 병원으로 소개했다. 상당수 주민은 식수와 식품 부족으로 고생하고 있다. 작센주 비터펠트시에서는 이날 정오께 500m 길이의 댐이 무너져 주민 1만6천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중부 내륙 작센 안할트주와 수도 베를린을 둘러싼 브란덴부르크주의 일부 지역도 2만여 명의 주민에 대피령을 내렸으며 북부 저지대도 침수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체코 엘베강 유역 네라토비체시의 스폴라나 화학공장에서 이날 염소가 누출되는 등 유독물질 누출 보도가 잇따라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독일 환경당국은 하류지역인 엘베강에서 아직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린피스를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이미 다이옥신 창고 두 곳이 물에 잠겼으며, 수은 폐기물25만t이 유출 위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체코 수도 프라하의 몰다우강은 이날 오전부터 수위가 내려가기 시작했으나 아직 시내 곳곳이 물에 잠겨 있다. 체코에서는 전국적으로 20만 명이 대피해 있다. 체코 하천연구소는 175년 전의 홍수 관련 최고기록들이 이번에 모두 깨졌으며 이미 최악의 사태는 지났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도 빗줄기가 약해지고 하천 수위가 내려가면서 당국과 주민들이 복구작업에 나서고 있다. 반면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의 몰다우강 수위가 계속 오르면서 곳곳이 침수되고 있으며, 다뉴브강 하류의 헝가리와 루마니아도 홍수 피해를 우려해 이날 비상 각의를 소집했다. 최악의 홍수로 최소 59명의 사망자를 낸 러시아 흑해연안에서는 또 한차례 폭풍우가 밀려올 것으로 전망돼 당국을 긴장시켰다. 기상전문가들은 폭우가 쏟아질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두꺼운 구름이 흑해연안 항구도시 노보로시스크 상공을 뒤덮고 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흑해 연안에서는 지난주 연일 쏟아지는 폭우로 수천채의 가옥이 파괴되고 도로와 교량이 유실됐으며 관광객들의 발이 묶기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이번 홍수로 중부 유럽에서 이미 100여 명이 숨지고 오십여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경제적 피해도 천문학적인 액수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이날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농작물 피해만 25억유로, 인프라 복구에 수십억 유로가 들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주요 언론사 대표들을 만나 전국민적인 수재민 돕기 성금 모금을 당부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재산피해만 20억 유로로 추산하고 피해 주민에 6천500만 유로의 보상금과 지원금을 투입하고 조세를 감면키로 하는 등 직간접 지원과 복구작업에 나섰다. 체코 정부는 기본적인 복구비용만 31억 유로가 들어간다고 보고,긴급예산을 편성하는 한편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 한편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은 기후변화와 함께 부실한 하천관리가 유럽의 홍수'재앙'을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클라우드 마틴 WWF 사무총장은 "지난 수년간 강을따라 도시가 거대하게 발전해 강이 범람할 경우에 대비한 여지를 남겨놓지 않았으며 그 결과 현재의 재앙을 불러왔다"면서 26일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유엔환경 정상회담에서 하천관리 문제를 다루자고 촉구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