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9일 나가사키(長崎) 원폭투하 57회 기념식을 거행하고 미국의 핵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토 잇쵸(伊藤一長) 나가사키 시장은 이날 TV를 통해 일본 전역에 방영된 기념식을 통해 미국의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조약 공식 탈퇴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 거부는 대량파괴무기를 감축하려는 전세계의 노력을 후퇴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토 시장은 또 연례 '평화선언'을 통해 "미 정부가 최근 보여준 일방적인 행동에 놀랐다"며 "전세계 건전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미국의 이러한 행동을 용납하지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일본이 더 이상 미국의 '핵우산' 보호에만 의지해서는 안되며 아시아내에 핵무기 비무장 지역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이 비핵3원칙을 수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점을 비난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이날 기념식에 참석, 연설을 통해 "우리는 비핵3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 정책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국가들이 CTBT 비준에 합류하도록 계속 촉구할 것이며 핵무기 폐기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계속 경주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념식에는 원폭 생존자와 지역 주민, 의회 의원 및 외국 고위 관리 등을 포함해 5천500여명이 참석했으며, 원자폭탄 '팻 맨'이 투하된 오전 11시2분께는 1분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사이렌이 울렸다. 지난 1945년 8월9일 나가사기(長崎)에 대한 미군의 원폭투하로 7만명 가까운 희생자가 발생했고 그해에만 후유증으로 2천564명이 더 숨졌으며 이후 희생자는 12만9천193명에 달했다. 나가사키보다 3일 먼저 원폭이 투하된 히로시마(廣島)에서는 14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아키바 다다도시(秋葉忠利) 히로시마 시장도 지난 6일 열린 원폭투하 기념식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일부 국가를 '악의 축'으로 지목,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는데 대해 "핵무기가 인류에 무엇을 초래했는지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방문, 스스로의 눈으로 확인해봐야 할 것"이라고 요구한 바 있다. (도쿄 AP.AFP=연합뉴스) 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