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정치 명문 케네디가(家)의 세력 유지냐,아니면 신흥 명문 클린턴가(家)의 화려한 부상이냐? 한때 절친했던 두 집안이 냉엄한 정치의 현실 속에서 일종의 권력투쟁에 들어갔다. 이 투쟁의 결과 민주당 최고의 명문가 자리가 결정된다는 성급한 판단마저 나오고 있는 형국이다. 4일 보스턴 글로브지 인터넷판에 따르면, 에드워드 M. 케네디 상원의원(매사추세츠)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뉴욕)이 차기 대선 후보 지명을 위해 올 가을 개최되는 민주당 전당대회 개최지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당대회 개최지는 그 지역 의원의 능력을 가늠하는 상징성을 지녔기 때문에 케네디 의원은 보스턴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힐러리는 뉴욕에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70세의 케네디 의원은 노련하고 경험많은 정치가이고, 힐러리는 초선이지만 오는 2008년 대선 출마를 겨냥한 기반을 다지기 위해 케네디 의원과의 정면대결을 불사하고 있다. 전당대회가 뉴욕에서 개최되면 힐러리의 부통령 후보 지명에 유리하게작용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돌고 있다. 디트로이트와 마이애미도 전당대회 개최 유치를 신청했지만 유력한 후보도시는뉴욕과 보스턴으로 압축된 상태이다. 뉴욕 유치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두 팔을 걷어붙이고 외조(外助)에 적극나섰다. 민주당 전당대회 개최지 선정위원회가 지난달 30일 뉴욕을 방문했을 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홍보 비디오에 출연, 뉴욕 유치의 타당성을 강력 주장했다. 케네디 의원의 노력도 만만치 않다. 그는 지난달 테리 머컬리프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보스턴 유치를 홍보했다. 노정객이 직접 전화를거는 것은 상당한 예의 표시이다. 케네디 의원은 보스턴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내용의 8쪽짜리 메모를 머컬리프 위원장에게 건넸다. 이 메모는 보스턴이 흑인과 소수인종을 많이 고용하고 전당대회에 포함시키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소수인종 문제는 보스턴의 유치에 약점으로지적됐다. 머컬리프 위원장은 전당대회 개최지를 직접 결정하기 때문에 경쟁 도시들로선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워싱턴 정가를 주무르는 수완이 있는 머컬리프 위원장은 지난 2000년 대선 직후 당시 클린턴 대통령과 힐러리 여사에 의해 전국위원회 위원장에 기용됐다. 그는 또 클린턴 전 대통령의 수석 정치자금 모금 참모였고, 클리턴 부부가 저택을 살 때 주택융자금 주선을 제의하는 등 클린턴가와 가깝다. 개최지 결정에는 행사 자금 마련 계획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뉴욕은 행사준비를 위해 7천500만달러를 모금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3개 후보도시보다 2천500만달러가 많아 일단 유리하다. 케네디가와 클린턴가는 어쩔 수 없이 경쟁에 나서게 됐지만 사실 두 집안의 인연은 각별하고 오랫동안 우의를 다져왔다. 클린턴이 지난 199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을 때 그의 홍보 비디오의하이라이트는 16살 때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악수하는 장면이었다. 클린턴은 백악관에서 케네디 전 대통령의 책상을 사용했고, 에드워드 케네디는 백악관을 방문할때마다 클린턴에게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전해주었다. 두 집안은 함께 휴가를 가기도 했고 클린턴은 존 F.케네디 전 대통령의 아들이비행기 사고로 실종됐을 때 수색작업에 군 장비의 대대적 동원을 지시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대기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