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장기 여름 휴가가 또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증시가 연일 폭락하면서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되고 있는 데도 한 달씩이나 텍사스주 크로퍼드에 있는 자신의 목장에서 휴식을 취하겠다는 발상에 국민이 매우못마땅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다음달 6일 크로퍼드에 '서부 백악관'을 차린 뒤 9월 초에나 워싱턴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부시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지난해 여름에도 한 달 동안 크로퍼드 목장에서 휴가를 즐겨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바 있다. 이는 앞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세운 역대 미국 대통령의 최장 휴가 기록과같은 것으로 여느 미국인처럼 2주일 안팎에 그쳤던 전임자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는대조를 보이고 있다. 올해에는 그러나 기간도 기간이지만 휴가 시점이 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과거 그의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메인주 케네벙크포트의 별장에서 걸프전을 지휘한 전례가 있지만 지금은 미국에 대한 추가 테러 위협이 계속되는 가운데경제도 매우 좋지 않은 만큼 대통령이 장기 휴가를 즐길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오는 11월의 중간선거를 앞두고 눈에 불을 켠 채 부시 대통령에 대한 공격 거리를 찾고 있는 야당으로서는 목청을 더 높일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전국 민주당 주지사협회장인 패리스 글렌데닝 메릴랜드주 지사가 23일 부시 대통령의 장기 휴가 구상은 "명백히 잘못된 신호"라며 "금융 위기와 국제 위기의 시기에 국민은 적극 개입하는 자신 있는 지도력을 기대하지만 하루 걸러씩 목장에서 오는 사진들이나 보는 게 고작일 것"이라고 비난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이에 대해 "부적절하고 실망스러운 발언"이라고규정하고 글렌데닝 지사는 "대통령의 행선지와 대통령 출타시의 공식적인 정부 업무수행 방법조차 모르고 있다"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부시 대통령은 작년에도 장기 휴가 논란이 일자 크로포드에서 보고도 받고 전화로 업무를 지시하는 한편 각종 정치 칩회에도 참석하는 '집무 휴가'라며 비난 여론에 맞섰지만 올해에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전망이다. 대통령의 휴가에 관해서는 워싱턴 정치분석가들의 견해도 엇갈려 "쉴 때는 쉬어야 하며 일거리와 보좌관, 통신수단과 함께 백악관을 이동시키면 된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아무래도 지도부가 한 달을 통째로 비우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휴가에 관한 한 아무래도 대통령이 불리한 입장에 서기 마련이다. 케네벙크포트 인근의 골프장에서 카트에 탄 채 걸프전 준비 상황을 브리핑했다가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부시 전 대통령이나 부자 친구들의 호화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곤 해서 입방아에 자주 오른 클린턴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의회도 한 달 동안 휴회에 들어가지만 실제로 휴회 기간을 모두 제끼는 의원은 거의 없고 대부분 각 지역구에서 중간선거에 대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