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만들어진 살빼기용 건강식품으로 인해 주변 아시아국가에서 치명적인 인명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들식품이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관계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일 일본에서는 사망 4명을 포함해 피해자가 170명이 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고, 싱가포르에서도 1명이 숨지는 등 아시아 국가에서 최소 8명이 이 식품을 복용하고 숨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서도 문제의 이 다이어트 식품이 대량으로 유통되고 있어 치명적 피해가 우려되고 있어 관계당국이 유통경로를 차단하면서 이를 취급하는 수입상가 등에 대한 뒤늦은 단속에 나서고 있다. ◆ 중국산 살빼는 약 유통 실태 = 이른바 `살빼는 약'으로 통하는 중국산 다이어트 식품은 치명적인 인명사고가 잇따라 보도되고 있는 일본.싱가포르 등 주변국뿐 아니라 국내에도 무더기로 반입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과 태국 등으로부터 반입된 마약성분 '펜플루라민'이 함유된 다이어트 식품 밀수에 대한 단속을 벌인 결과 올 상반기에만 모두 93건 41만7천561정을 적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9건 11만1천94정에 비해 건수로는 89.8%, 수량으로는 275.9%가 각각 늘어난 수치다. 또한 여행자들이 직접 들여오다 적발된 건수도 작년 상반기 85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에는 무려 1천107건으로 13배나 증가했다. 주로 보따리상이나 여행객에 의해 국내로 반입되는 이들 식품은 서울 남대문시장 등 수입상가를 중심으로 음성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용실이나 사우나 등지에서 고객들을 상대로 호객행위까지 해가며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경찰수사 결과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남대문 수입상가내 수입화장품상 8명이 '펜플루라민' 등 마약성분이 들어있는 다이어트 식품이 100정에 3만∼6만원선에 거래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일본과 같은 치명적인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유통규모 등으로 미뤄 상당수의 피해자들이 있을 것이라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이들 식품은 '분불납명편', '안비납동편', '분미림', '섬수', '펜터민', '디아제팜', '상주청', '섬입득(남력보각취당교낭)', '복방감초편' 등의 명칭으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 문제점 및 부작용 = 이들 '살빼는 약'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향정신성 의약품, 즉 각종 '마약성분'이 함유돼있기 때문이다. 이 다이어트 식품에는 식욕억제제인 `펜플루라민'과 `암페프라먼'이란 마약성분이 들어있어 장기복용시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흥분감을 주고 심장병과 갑상선.혈액질환은 물론 정신분열증까지 유발시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이 다이어트 식품을 복용한 피해자들도 내장과 소화기관 이상은 물론 심장병과갑상선 및 혈액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산 다이어트 식품의 주류를 이뤘던 `펜플루라민' 함유 식품뿐 아니라 아편이나 헤로인, 모르핀, 코데인 등 다양한 마약성분이 함유된 종류까지반입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게다가 이들 식품은 주로 현지 보따리상 등에 의해 반입되거나 국내 관광객들이현지에서 직접 구입해 들여오고 있어 당국의 적발 또한 쉽지 않은 형편이다. ◆ 피해국 및 정부 대책 = 가시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내고 있는 일본의 경우후생성이 직접 나서고 있다. 이 다이어트 식품에 대한 원인물질 규명과 중국당국과의 정보교환, 중국산 다이어트 식품에 대한 단속강화는 물론 홈페이지를 통한 피해사례 게시와 건강제품 수입심사체제 강화 등 발빠른 대책을 내놓고 있다. 중국 광둥(廣東)성 정부도 성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다이어트 식품 48종에 대해조사, 이중 허가를 받지 않은 20개 품목에 대한 판금조치를 내렸다. 싱가포르 역시 문제의 제품에 대한 약국판매를 금지하는 한편 유통업체를 고발조치했다고 최근 밝혔다. 우리 정부도 식품당국이 전국적인 특별단속을 실시키로 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마약성분인 `펜플루라민'이 함유된 다이어트 식품에 대해특별단속반을 편성, 기습단속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또 각 시.도 및 6개 산하 지방청과 공동으로 전국의 수입상가, 미용실 등에 대해 매월 일정기간 지속적 단속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식약청 관계자는 "이들 식품이 보따리 장수나 여행객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반입되는 만큼 재래시장 수입상가 등을 중심으로 집중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관계자는 "마약사범 일제단속을 통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산 다이어트 식품에 대한 단속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도 `약으로라도 살을 빼겠다'는 세간의 `다이어트 열풍'에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