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신문을 보면 우울한 뉴스 뿐이다.


생계를 위해 은퇴시기를 2∼3년 늦추겠다는 우체국 직원,1주일로 잡았던 여름 휴가를 3,4일로 줄이고 나머지는 집에서 보내겠다는 회사원의 모습이 경제면을 장식한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지수가 거의 매일 2백~3백포인트씩 떨어지면서 신문지면은 어두워지고 있다.


국민들은 기업의 회계부정 사건이 앞으로도 계속 터질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4년래 최저수준인 다우지수는 아직 바닥이 아닌 것 같다는 비관론이 많다.


그래서인지 워싱턴포스트가 주말판에 실은 '주가가 폭락해도 소비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기사가 유난히 관심을 끌었다.


주가 폭락에 실망한 투자자들에게 한가닥 희망을 주는 뉴스였다.


사실 도심 외곽에 있는 대형할인점 월마트는 쇼핑객들로 여전히 붐빈다.


도심 쇼핑센터도 고객 발길이 끊어질 듯한 징후는 없다.


증시 침체가 총체적 경제난으로 이어질 것 같은 절망감은 보기 어렵다는 분위기를 워싱턴포스트는 전하고 있다.


공교롭게 주말에 발행된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7월29일판)도 워싱턴포스트의 희망 섞인 기사와 맥을 같이 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비즈니스위크가 증시 낙곽론을 펼친 것은 아니다.


표지에 '울부짖는 큰 곰(증시 침체를 의미)'사진을 실었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사진 한 장이 증시 폭락의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상징한다고 해석했다.


어두운 뉴스에 둘러싸인 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한 억지춘향식 분석처럼 들릴 수는 있다.


하지만 1979년 이 주간지의 전설적인 표지제목인 '증시의 죽음'을 기억하는 월가 전문가들의 반응은 다르다.


비즈니스위크가 세계경제 위기로 주가가 폭락하던 당시를 '증시의 종말'로 규정한 후 10년 호황이 시작됐음을 월가는 회고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큰 곰 사진이 증시의 전환점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다우지수 8,000선 붕괴가 임박한 느낌이다.


주말의 3백90포인트 폭락은 '절망' 그 자체였다.


하지만 절망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비즈니스위크는 그런 사람들에게 한줄기 햇빛이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