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시장은 빈사상태이나 실물경제는 살아있다. 따라서 금융시장 불안이 경기불황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게 대다수 경제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더블딥(double dip.짧은 경기회복 후 다시 침체) 우려도 단지 우려로 그칠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 빈사상태의 미 금융시장 뉴욕증시의 하락세는 끝이 없다. 전통 우량주 중심의 다우지수는 10일 작년 9.11테러 직후 수준인 8,800선으로 밀려났다. 이에 따라 연초 10,073.4로 시작한 다우지수는 지금까지 13% 떨어졌다. 첨단 기술주들로 구성돼 있는 나스닥지수의 낙폭은 더 커 올 들어 하락률이 32%에 이른다. 이 정도는 단순한 주가조정이 아니라, 증시 침체다. 증시 침체와 더불어 달러가치도 급락, 미 금융시장의 불안을 심화시키고 있다. 연초 달러당 1백32엔으로 강한 달러의 면모를 과시했던 달러가치는 주가하락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5월부터 내림세로 반전, 현재 1백17엔선에 머물러 있다. 지난 2개월여간 낙폭은 11.3%로 하락속도가 매우 빠르다. 유로화에 대해서도 연초의 유로당 0.88달러에서 0.98달러선으로 하락, 12%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미국 금융시장 불안의 근본 요인은 기업들의 회계부정이다. 작년말 엔론에서 시작된 분식결산 스캔들은 최근 월드컴, 머크, 퀘스트커뮤니케이션으로 이어지면서 거의 1주일에 한 건꼴로 분식회계 기업들이 드러나고 있다. 잇단 분식회계로 기업을 믿지 못하게 된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던지자 '증시추락-달러하락'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부정회계 스캔들은 올 가을이면 수그러들 전망이다. 월가에서는 엔론스캔들 후 만 1년이 되는 그때쯤이면 기업들의 분식결산에 대한 심사가 거의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살아있는 실물경제 금융시장은 불안해도 실물 경기지표는 살아 있어 경기회복세는 이어지고 있다. 회복 속도는 약해졌지만, 경기침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진단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블루칩이코노믹 인디케이터는 이날 올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이 각각 3.3% 및 3.7%로 점점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예상치는 53명의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의 성장전망치를 평균한 것으로 미 경제가 연말로 갈수록 점점 좋아질 것임을 보여준다. 손성원 웰스파고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실물경제는 금융불안을 충분히 견뎌낼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다"며 하반기 회복을 낙관했다. 미 상무부도 지난 5월 도매재고가 전달보다 0.1% 증가했다고 발표, 실물경제가 튼튼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미 경제의 양대축인 생산과 소비부문의 다른 경기지표들도 괜찮은 편이다. 제조업경기를 대변하는 ISM 제조업지수는 4개월 연속 50을 넘고 있다. 지수 50선은 경기확장과 위축의 기준점으로 50 이상이면 제조업경기가 확장중임을 나타낸다.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4월 111.7로 예상치를 소폭 웃돌아 향후 3~6개월간 미 경제 상태가 호전될 것을 예고했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