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의 명물인 국회의사당에서 링컨기념관에 이르는 몰(국립공원)에는 국보급 박물관인 스미소니언이 있어 늘 관광객들로 붐빈다. 하지만 요즘 이곳은 미국 최대기념일인 독립기념일(4일) 축제와 불꽃놀이를 앞두고 이중으로 된 나무 차단벽이 설치돼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워졌다.


차단벽 중간에는 24개의 검색대가 설치됐다.


몰 안에서 각종 축제와 불꽃놀이를 즐기고 싶은 관광객들은 이곳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다.


검색대에는 워싱턴DC 경찰 2천여명이 배치돼 관광객들의 가방을 샅샅이 검사한다.


몰에서 가장 가까운 스미소니언 지하철역은 4일 하룻동안 폐쇄되고 주변 도로도 통제된다.


링컨기념관을 바깥쪽으로 감고도는 포토맥강에도 보트운행이 금지된다.


이처럼 철통같은 보안과 감시 속에 독립기념일 축제가 시작된다.


만나는 사람마다 독립기념일에 있을지 모를 테러를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주요 언론들도 연일 테러경계 관련 뉴스를 톱뉴스로 전하면서 국민들에게 만반의 대비를 촉구하고 있다.


연방수사국(FBI)은 이미 테러경계령을 내렸다.


각 주(州)와 지역 경찰들에게 최고의 경계태세에 들어갈 것을 당부했다.


뉴욕의 자유여신상,큰바위 얼굴로 알려져 있는 사우스 다코타주 러시모어 국립공원,서부진출을 상징하는 세인트루이스의 게이트웨이 아치 상공에는 독립기념일 전후로 비행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그만큼 미국 전역에는 불안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하지만 정작 미국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테러공격보다 경제문제다.


잇단 기업스캔들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과 해고를 더 우려한다.


폭스TV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6%가 독립기념일에 테러가 있을 것을 우려했지만,테러가능성 때문에 당초 계획을 바꿀 사람은 4%에 불과했다.


지금 가장 걱정스러운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16%만이 테러공격을 꼽았고,60%는 경제불안과 일자리 감축을 들었다.


곳곳에서 날아드는 테러위협이 미국 국민들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고 있지만,정작 그들의 머리속은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는 미국경제에 대한 불안으로 꽉 차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