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1년 베이징(北京)을 비밀리에 방문, 미국-중국수교협상을 벌인 헨리 키신저 전(前) 미 국무장관과 협상 상대인 저우언라이(周恩來)중국총리는 일본을 불신한다는 점에서 공감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의 한 민간연구기관이 국립문서보관소(NARA)의 기록을 입수, 공개한내용에 따르면 71년 10월22일 베이징의 인민대회당에서 4시간 이상 만난 키신저와저우언라이는 대화의 4분의 1 정도를 일본과 관련된 사안에 할애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이 자료를 근거로 일본에 대한 불신은 미국과 중국이 70년대초반 역사적인 화해를 모색케 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당시 저우언라이가 미국의 보호아래 이뤄진 일본의 경제적 발전이 군사 팽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자 키신저는 "미국도 지금은 일본을 경제적으로 키운 것을 후회하며, 같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저우언라이는 "일본은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이익을 봤다. 일본은 어떤 배상의무도 지지않았으며 해외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이득을 취했다. 게다가 지난 25년이상 일본은 국방부문에 많은 돈을 들일 필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키신저는 "나는 일본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일본이라는 국가의 성격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키신저는 "하나의 사회단위로서 일본과 중국을 비교한다면 중국은 전통적으로 총체적인 전망을 갖고 있지만 일본은 종족적인 전망에 머문다"고 규정했다. 저우언라이는 이에 "일본은 편협하며상당히 이상한 면이 있다"고 호응했다. 키신저는 이와함께 일본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군사적 팽창을 기도한다면 미국과중국이 일본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그는 "만약 일본이 대규모 재무장정책을 채택한다면 미국과 중국의 전통적인 관계를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교도=연합뉴스) inn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