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던 개들이 이웃을 물어죽이는 바람에 과실치사혐의로 기소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변호사 부부가 유죄가 인정돼 최고 징역4년형을선고받았다. 이중 2급 살인 혐의로 동시에 기소된 부인은 이 부분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희생자 유족의 격분을 불러일으켰다. 캘리포니아 최고법원의 제임스 워런 판사는 17일 마조리 놀러(46)와 로버트 노엘(60) 부부에 대한 재판에서 이들 부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경멸받는 사람들"이지만 "사람들의 눈으로 보자면 틀림없이 살인 유죄임에도 불구하고 법의 눈으로본다면 증거가 충분치 않다"며 부인 놀러에게 적용된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내렸다. 놀러는 2급 살인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최고 징역 15년에 처해질 수도 있었다. 살인혐의 최종 선고공판은 빨라야 7월15일에 열리는데 검찰측은 이때까지 이들 부부에 대한 살인혐의 재적용을 요구하는 논고를 준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1년 1월26일 샌프란시스코의 한 아파트에서 이들 부부가 키우던 거대한맹견 두 마리에게 이웃 주민이 물려 죽은 사건은 사건 후 부부가 사과조차 하지 않고 숨진 사람의 행동을 비난하는 등 냉담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여론재판에 올랐다. 놀러 부부의 이웃에 살던 대학 라크로스(하키의 일종) 코치 다이앤 휘플(33)은 사고당일 아파트 복도에 나갔다가 놀러가 산책시키려고 데리고 나왔던 프레사 카나이로-매스티프종 암.수컷 두 마리에게 목을 비롯해 온몸을 77군데나 물려 과다출혈로 숨졌다. 몸무게가 각각 50㎏이 넘는 이 개들은 몸집이 작은 놀러가 도저히 통제할 수없을 정도로 기운이 세고 사나워 이웃 주민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런 판사는 이날 판결에서 "당시 집에 없었던 남편 노엘은 비록 살인혐의로 기소되지 않았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의 죄가 더 크다. 그는 개들이 하루 한 차례는 밖에 나가야 한다는 사실과 부인이 개들을 다룰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부인에게 개들을 맡겨 둔 채 외출했다"고 꾸짖었다. 이날 판결이 나오자 숨진 휘플의 파트너 섀런 스미스는 눈물을 흘리며 피고인들에게 "부부 모두 변호사인 당신들에겐 이 재판이 법률 게임에 지나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게임이 아니다"라며 "당신들은 변호사 노릇에 바빠 인간이 될 틈이 없었다"고 절규했다. (샌프란시스코 A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