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산물을 수입하는 한국 중소기업직원이 물건을 받지 못한 채 조직범죄 집단인 마피아의 살해 위협에 쫓겨 긴급 피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 소재 수산물 수입회사 K사(社)의 K(53)상무는 7일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대구와 명태, 가자미 등을 수입하기 위해 러시아 극동 캄차트카 반도의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차트스키시(市)를 방문했다가 마피아의 살해 위협을 받고 블라디보스토크에 피신해 있다"고 밝혔다. K상무는 "물품 수령을 위해 지난 2일 페트로파블로프스크-캄차트스키에 도착해아바타 호텔에 여장을 풀고 선적 날짜를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사흘 뒤인 5일 밤 10시께 갑자기 괴한 1명이 호텔방으로 들어와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그는 "괴한은 당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내용의 쪽지를 영어로 써 와 얼굴에 들이댔다"면서 "당시 너무 놀라 괴한의 정확한 인상착의 조차 기억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K상무는 괴한이 호텔방에 침입한 경위에 대해 "밖에서 누가 문을 두드려 통역인이나 상대사 직원인 지 알고 문을 열어줬다"면서 "괴한은 문이 열리자 마자 나를 거칠게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K상무는 지난 6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로 긴급 대피, 러시아 계약사인 `사파로프' 등에 연락을 취하고 있으나 응답이 없는상황이다. K상무의 캄차트카행에 동행했던 니콜라이 플로토니코프(50대 초반)라는 러시아통역인과의 연락도 두절된 상태이다. 부산의 K사 관계자는 "수산물 수입 대금 32만달러(약 4억원)를 지난달 말 S은행을 통해 사파로프사에 입금했다"면서 "이 돈은 미국은행 등을 거쳐 사파로프사 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지난 1998년부터 러시아 수산물을 수입해 왔으나, 사파로프와 거래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러시아에서 이와 비슷한 사건이 빈발하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건을 접수한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은 "K상무로부터 사건 경위를 모두 들었다"면서 "주말이 끝나는 10일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으면 캄차트카 경찰에 정식 통보,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