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나 입 홍콩 보안국장의 한국경제 극찬에 이어 현지 언론계에 '한국 배우기' 열풍이 뜨겁게 이는 가운데 대표적인 정론지 신보(信報)가 '월드컵'을 화두로 '자랑스런 한국'을 사설로 다뤄 눈길을 끌었다. '홍콩판 르 몽드'라는 평가를 받는 신보는 5일 이례적으로 '남한 축구 경기 결과 경제처럼 자랑스럽다' 제하 사설을 게재하고 한국이 4일 폴란드를 2-0으로 격파해 한.중.일 아시아 3개국 중 유일하게 승리했다고 환호했다. 신보는 이어 단기간에 금융위기를 극복해 경제 기적으로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한국이 4일 밤 보여준 파죽지세로 '7번째 주최국 우승 기록'을 이어 아시아 축구에 역사의 장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실현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마지막까지 이를 완전 부정할 수 없다고 논평했다. 다음은 신보 사설 요약. 『한국이 금융위기에서 신속히 벗어나 급속도로 경기 회복을 한 것이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원동력이 아닐까? 월드컵은 주최국에 유리하며, 지금까지 치러진 16차례 월드컵 중 6차례나 주최국이 우승한 바처럼 한국이 일곱번째 기록을 창조할 수 있을지 주목되며 마지막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한국은 단기내에 쇠퇴의 밑바닥에서 일어나 환골탈태를 거듭해 전세계에서 성장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발돋움함으로써 금융위기 타격을 받은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장기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일본보다도 더욱 세계의 주목을 끌어왔다.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낼 경우 금상첨화로 한국의 국력이 더욱 급상승할 것이다. 한국은 1.4분기 GDP 성장률이 5.7%를 기록하는 등 고도성장 외에 핸드폰, 자동차, 영화 등 자국 제품이 전세계를 풍미하고 있으며 특히 전제독재 시대를 거쳐 민주정치 체제를 갖춘 것 등에 자랑스러워한다. 증권계와 경제계는 한국이 신속하게 위기를 벗어난 요인으로 3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김대중 정부의 철저하고도 지속적인 정치.경제구조 개혁이다. 둘째, 다분히 수출에 의존해 성장을 추구하던 경제 스타일이 내수 소비자극으로 바뀌었고, 은행과 재벌의 관계 단절로 금권 유착의 표상으로 지적돼 온 재벌들이 물러남에 따라 정보.통신 등의 경쟁력이 탄탄한 중소기업들이 빈자리를 메꾸며 경제 회복을 크게도왔다. 셋째는 정치경제 환경의 변화로 기업인과 기업에 새로운 창의성을 주입시켰다. 삼성은 IBM의 설계자를 초빙해 틀에 박힌 사고 체계를 뛰어 넘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새 사고 방식을 경영에 도입해 현저한 성과를 이룩했다. 한.일 공동 개최 월드컵에서 일본은 각 방면에서 '한국보다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진취성은 일본의 지속적인 침체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일본이 이미 뒤떨어지는 모습만을 부각시킬 뿐이다. 공교롭게도, 4일 축구경기 결과 또한 한국 성적(2-0)이 일본(2-2), 중국(0-2)보다 뛰어났다. 한국의 진취성과 분투 노력은 홍콩과 중국 대륙에 모두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크다. 홍콩 정부의 '논의만 있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풍조는 마땅히 한국의 과단성 있는 개혁 가운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중국은 한국의 재벌 체제를 본받아 '대형 국유기업 중점 지원' 정책을 펼쳐 왔으나 그 결과가 어떠한 지는 한국의 경험에서 답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월드컵의 관전은 국력과 축구경기 결과 간의 관계를 연상케해 준다. 비록 이 두 가지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없으나 '신흥 축구 강국' 면모를 보이고 있는 한국을 지켜보면서 개혁 성과의 위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이 있다. (홍콩=연합뉴스) 홍덕화 특파원 duckhwa@yonhapnews.co.kr